내 ‘성격 장단점’이 뭔지 알아 바로 솔직한 거야

족집게 자기소개서 특강 - 성격 장단점 편

by 송혜교


어느 기업에서나 꼭 요구하는 자기소개서의 단골 항목이 한 가지 있으니, 그건 바로 성격 장단점이다. 겸손이 미덕이라고 배워 온 한국인들에게 나의 장점을 대놓고 자랑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가뜩이나 잘 보여야 할 기업에 내 단점을 나열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래서인지 참 단순하고 직관적인 문항인데도 불구하고 무엇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성격 장단점’ 문항에는 어떤 내용을 써야 할까? 어떤 장점을 부각하고 어떤 단점을 상쇄해야만, 기업에 나를 제대로 어필할 수 있을까?



MBTI에 답이 있다?


이전에 자기소개서 컨설팅을 하던 중 한 고객으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성격 장단점 항목을 적으려다 너무 생각나는 게 없어서,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주와 MBTI를 검색한 다음 그 풀이에 나온 장점을 자기소개서에 작성했다는 이야기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는 취준생들 사이에서 매우 공공연한 자기소개서 작성 팁이었다. 사주나 MBTI에 해석에 적혀있는 장단점을 그대로 가져와서 적으면 적어도 소재 걱정은 없다는 거였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MBTI 자기소개서'라고 검색해 보니 이를 꿀팁처럼 공유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참신한 발상이긴 하나, 자기소개서 컨설턴트의 시선에서는 걱정스러운 일이다.


물론 도저히 쓸 말을 찾을 수 없어 답답했을 마음은 이해할 수 있었다. 얼마나 떠오르는 게 없었으면, 얼마나 간절했으면 사주 사이트까지 방문했겠는가. 그러나 문항을 대충 채워서 내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괜찮은 자기소개서를 쓰고 싶다면 이 방법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자기소개서는 그 무엇보다도 기획이 중요한 글이다. 이렇게 엉성하게 소재를 구성하면 당연히 기업과 직무에 특화된 글을 쓸 수 없다. 게다가 만일 소재만 차용한 것이 아니라 표현이라도 일부 빌려와 적는다면 더 최악이다. 많게는 수백 수천 건의 지원서를 보는 인사 담당자의 입장에서 이 정도도 눈치 못 챌 리는 없다.




흔하지만 강력한 무기


장점 항목에 가장 자주 쓰이는 대표적인 역량이 있으니, 그건 바로 소통능력과 성실함이다. 직무와 직책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필요하며, 어디에서나 빛이 나는 능력이다. 모든 기업에서, 모든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역량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의 장점 항목에 이 두 가지를 적을 생각이라면, 꼭 알아둬야 할 사실이 있다. 지원자 열 명 중 네다섯 명이 장점으로 소통능력이나 성실함을 적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저는 소통에 능한 인재입니다.’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들고 온다.


흔한 소재인 걸 알면서도 수많은 취준생이 소통능력과 성실함을 선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잘 다듬기만 하면 좋은 무기가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광선검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쟁터에 나간다면 누구나 하나쯤은 단단하게 지녀야 하는 그런 기본적인 무기인 셈이다. 공격적인 질문을 받을 확률도 낮으니 비교적 위험 요소가 적고 안전하다.


하지만 이렇게나 보편적인 무기를 가지고 다른 지원자와 싸우는 일은 쉽지 않다. 실제로 큰 규모의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이 되어 사람들을 통솔해 본 경험이 있다든지, 동아리나 인턴 등 조직 내에서 활동하며 원활한 소통을 위해 업무 프로세스를 대대적으로 개선해 본 적 있다든지, 어마어마한 성실함으로 한계를 극복한 톡톡 튀는 일화가 있는 게 아니라면 눈에 띄기 힘들다는 뜻이다. 흔한 장점을 택할 거라면 그만큼 공을 들여 단단하게 다듬어야 한다.




직무에 나를 맞춰야 할까?


그렇다면 소통능력이나 성실함 외에 작성하면 좋을 역량은 무엇일까? 이는 직무마다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키워드를 결정하기 전 공고 속의 주요 업무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내가 합격했을 때 실제로 맡게 될 일을 대략적으로나마 떠올려 본 뒤, 해당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어떤 능력이 필요할지 쭉 적어보는 것이 좋다.


이런 팁을 주면, 많은 지원자가 이런 답변을 내놓는다. 회계나 사무 직무에 지원한다면 꼼꼼함이, 영업직이나 서비스직은 친화력이 중요할 테고, 야외 활동이 많은 직무에서는 체력이 큰 무기가 될 거라고. 그러니 성향에 딱 들어맞는 직무에 지원해야만 자기소개서에 쓸 게 있는 것 아니겠냐고.


그러나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게 틀에 박힌 장점에 나를 끼워 맞추는 게 아니다. 내게 맞는 장점을 고르면 그만이다. 만약 고객과 대면해 물건을 판매하는 서비스직에 지원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직무에 필요한 가장 대표적인 역량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친화력이라고 답할 것이다. 실제로 친화력이 높은 사람에게는 이 문항을 작성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내성적인 성격의 지원자에게는 높은 친화력을 증명할 일화가 없을 확률이 높다. 게다가 고객에게 매번 활발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다가갈 자신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화력을 소재로 잡고 글을 써 내려가는 건 고역이다. 그렇다면 이 직무에 지원하는 걸 포기해야 하는 걸까?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솔직한 거야


이럴 때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과연 판매직에 필요한 역량이 친화력이 전부일까? 제품의 특장점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꼼꼼함, 고객에게 어떤 것이 필요할지 살피는 섬세함, 차분하게 고객을 사로잡는 설득 능력 등도 친화력 못지않게 큰 도움이 된다.


내성적이고 차분한 성격의 지원자가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리는 내용을 억지로 쥐어짜 내는 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오히려 '섬세한 관찰력과 분석력으로 고객에게 맞는 제품을 추천할 수 있다'는 등 자신의 성격에 맞는 장점을 찾아 부각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차분한 성격이 장점인 사람이라면 굳이 강남역 러쉬 직원처럼 활발해 보이고자 소설을 써내려 갈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앞서 회계나 사무 직무에 지원한다면 꼼꼼함이, 영업직이나 서비스직은 친화력이 중요할 테고, 야외 활동이 많은 직무에서는 체력이 큰 무기가 될 거라는 뻔한 소재를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타 부서와 소통해야 하는 사무 직무에서도 친화력은 중요하며, 서비스직에게도 체력은 최고의 무기가 된다. 이렇듯 업무에 필요한 장점은 얼마든지 돌고 돌 수 있다.


그러니 해당 직무를 생각할 때 바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장점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허술하게 지어낸 장점은 반드시 티가 나기 마련이다. 장점 항목을 잘 작성하고 싶다면, 직무를 분석한 뒤 내게 맞는 사항을 골라 솔직하게 드러내자. 탄탄한 일화로 뒷받침할 수 있는 나만의 장점을 내밀어 글의 개연성을 높여야 한다.




말뿐인 장점은 금물


장점 항목을 적을 때에도 지난 5편 <자기소개서는 '이렇게' 써야 합니다>에서 언급한 자기소개서의 기본적인 틀을 지켜야 한다. 주어진 분량 내에서 여러 가지 장점을 남발하듯 자랑하는 건 금물이다. 두드러지는 장점 한두 가지를 정한 뒤 이에 관해 정확히 입증할 수 있는 일화를 덧붙여야 한다. 일화를 통한 입증 없이 나의 장점만을 주장한다면, 이는 알맹이 전혀 없는 허위 광고와 다를 게 없다.

예를 들어 성실하다는 장점은 꾸준함을 만나야만 빛을 발하는 법이니, 이를 강조하고 싶다면 학창 시절의 개근상을 넘어 성인이 된 후의 일화까지 포함해야 한다. 추진력을 자랑하고 싶다면 내가 직접 이뤄낸 도전과 성취를 구체적으로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 꼼꼼함이 나의 강점이라면, 단순히 타고난 역량을 넘어 이를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도 담겨있어야 한다.


자기소개서는 읽는 사람을 설득하는 글이다. 나의 장점을 고스란히 나열하기만 해서는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내 주장에 어떤 근거가 있는지, 그리고 이 장점을 업무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까지 명확하게 담아낸 '쓸모 있는' 자기소개서를 제출해 보자.





이 글은 2부, <내 단점, 자기소개서에 솔직하게 써도 되나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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