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의 단점을 적으라는 문항은 지긋지긋하게도 우리를 괴롭힌다. 실제로 취업준비생들이 모여있는 사이트에 가면 하나같이 ‘장점은 썼는데, 단점은 대체 뭘 써야 할까요?’, ‘진짜 솔직한 단점 쓰면 안 좋게 볼 거면서 왜 물어보는 걸까요...’ 같은 푸념이 넘쳐난다. 이렇듯 단점 문항은 누구에게나 당황스럽다.
기업에서 굳이 단점을 묻는 이유는 뭘까? 인사 담당자의 심보가 고약해 취준생을 괴롭히는 걸 즐기기 때문인 걸까? 어차피 지원자들은 최대한 본인을 포장하려 들 텐데, 이 질문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기업에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하는 지원자의 입장에서, 당신의 단점을 낱낱이 밝히라는 요구는 일종의 공격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재를 가늠해야 하는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성격 장단점만큼 분별력 높은 문항도 없다. 실제로 수많은 자기소개서를 읽다 보면 성격 장단점 문항에서 글의 수준이 확연하게 갈리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 당황스러운 질문에 얼마나 침착하고 유연하게 답변하는지에 따라 지원자의 위기대처능력이나 논리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답변의 방향에 따라 자기 자신의 경쟁력과 보완점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 이를 직무와 얼마나 잘 연결해 설명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문항이기도 하다. 기업에서 약속이나 한 듯 성격의 단점을 요구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치명적인 단점은 넣어두세요
단점 문항을 작성하며 절대 해서는 안 될 실수가 있다. 바로 업무에 있어 치명적인 단점을 노출하는 일이다. 기업에서 신입에게 요구하는 건 엄청난 능력치가 아닌 '기본적인 자질'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사회초년생인 만큼, 이미 갖추고 있는 전문성이 아니라 해당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눈여겨보는 것이다.
따라서 성실하지 못하다거나 실수가 잦다, 일을 느리게 배운다는 등의 단점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업무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질이 부족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것들은 개인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단점으로 꼽았다가는 자칫 노력이 부족한 것이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특히 절대 언급해서는 안 되는 사항이 있으니, 바로 도덕성과 연결되는 소재다. 단순히 불법적인 행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도덕성의 경우, '타인과 조직에 폐를 끼칠 수 있는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본다.
불성실함 역시 이의 일부다. 성실하지 않은 태도는 나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이러한 단점의 경우 지금은 개선됐다고 하더라도 언급해서는 안 된다. 지원자의 본성 자체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럼 대체 뭘 써야 하나요?
그렇다면 대체 단점에 써도 되는 내용은 뭘까? 적합한 단점을 고르고 싶다면, 다음의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하는지 살펴보자. 첫째는 과거 나의 단점이었으나 지금은 극복했고, 현재 내 업무에 일말의 지장도 주지 않는 것. 둘째는 내가 계속해서 지니고 있는 단점이지만 충분히 컨트롤해 장점으로 승화할 수 있는 것.
이 중에서 더 추천하는 것은 바로 후자다.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소재로 언급한 것 외에도 분명히 현존하는 단점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게 내 유일한 단점이었으나 현재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는 전개는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여느 사람들처럼 내게도 단점이 있음을 인정하되, 이 단점을 내가 어떻게 잘 다스리고 있는지를 적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다. 여기에는 또 하나의 포인트가 있으니, 바로 이 단점을 상쇄하기 위한 나의 노력과 이로 인해 생겨난 또 다른 장점까지 함께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장점 어필 구간
대부분의 단점은 양면적이다. 추진력이 부족한 사람은 그만큼 신중하고, 동기부여 없이는 일할 수 없는 성향이라면 주어진 목표가 있을 때 누구보다 효과적으로 일을 추진해 나갈 수 있으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은 업무상 개선점을 누구보다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이렇듯 나의 단점 속에서 장점으로 승화할 수 있는 내용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걱정이 많은 편이라는 게 나의 큰 단점이라고 가정해 보자. 외출했다가도 가스밸브를 잘 잠갔는지 불안해 다시 되돌아온다거나, 아직 닥치지도 않은 업무상 사고를 미리 걱정하며 불안해하는 건 분명히 생활에 지장을 주는 단점이다. 그러나 걱정의 원인은 대체로 내가 아닌 외부에 있다. 게다가 걱정이 쌓이며 오는 스트레스 역시 내가 충분히 조절하거나 해소할 수 있는 영역이다.
더 꼼꼼히 집안의 상황을 살펴보고, 업무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미리 대비함으로써 그 걱정을 예방할 수 있다. 이 경우 걱정이 많다는 단점으로 글을 시작했더라도, 그만큼 더 섬세하게 업무에 임한다는 장점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분명한 단점을 찾아 그 속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내는 일이다. ‘저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입니다.’라든지, ‘저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처럼 어느 측면에서 봐도 장점뿐인 내용을 강조하는 건 금물이다. 장점이 많은 사람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분석에 실패한 사람으로 보이기 쉽다.
또한, 너무 눈에 띄는 단점을 적을 필요도 없다. 앞서 밝혔듯 단점 항목은 정말 지원자의 치명적인 단점을 들춰내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나의 솔직한 단점과 그 이면의 장점을 드러내되, 강한 인상을 주는 일화를 덧붙여 내 단점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 보통 성격의 단점은 장점과 함께 묶어 서술하게 되어있는 경우가 많으니, 이 경우 장점을 더 길게 어필하고 단점을 간략하게 적는 편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