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자기소개서 특강 - 입사 후 포부 편
돈 벌려고 지원했고, 잘리지만 않고 싶다. 지원동기와 입사 후 포부 문항을 볼 때마다 취준생의 머리를 가득 채우는 문장들이다. 지난 '족집게 자기소개서 특강 - 지원동기 편'에서는 <돈 벌려고 지원했지! 지원동기는 왜 묻나요?>라는 제목으로 '돈 벌려고 지원했지'라는 뻔한 이야기를 어떻게 현명하게 풀어가야 하는지를 다뤘다. 이번 편에서는, 잘리지 않고 월세 꼬박꼬박 내고 싶을 뿐인 나의 포부를 더 멋진 방향으로 풀어나가는 방법을 알아보자.
기업에서는 지원자에게 '입사 후 포부' 같은 애매모호한 것을 왜 요구하는 걸까? 아직 서류 합격조차 하지 못한 취준생에게 입사 후를 상상해 계획을 이야기하라니. 너무 가혹한 것 아닐까? 대체 이런 질문에는 어떻게 답해야 하는 걸까?
기업 입장에서 '이 사람이 어떤 인재로 성장해 왔는가?'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입사 후 우리 회사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다. 성장과정과 성격 장단점, 지원동기 같은 문항은 모두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모두 그 사람의 기본적인 배경을 알아보기에는 적합하겠지만, 실질적으로 입사 후에 지원자가 어떻게 움직이려 하는지, 그 계획을 알아보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포부란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희망을 뜻한다. 그러니 입사 후 포부는 지원자의 입사 후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문항이다. 지원자가 지니고 있는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희망, 그 추상적인 존재를 구체적으로 알아내기 위해서 기업에서는 입사 후 포부를 묻곤 한다.
앞서 1편 <자기소개서 쓰는 게 제일 쉬웠어요>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자기소개서를 향한 모든 질문에는 정답과 같은 자기소개서 기획 공식이 있다고. 그리고 그 공식에 나의 스토리를 대입한다면, 서류전형 프리패스형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입사 후 포부 문항의 정답을 찾고 싶다면, 먼저 자기 자신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1.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을 잘 알고 있는가?
2. 실무자가 지녀야 할 역량에 대해 두루 이해하고 있는가?
입사 후 포부는 말 그대로 '우리 기업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당신은 입사 후 우리에게 어떤 보탬이 될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다. 따라서 기업이 실무자에게 요구하는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맞는 계획을 세워 어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기소개서 컨설팅이나 첨삭 의뢰를 받았을 때, 자소서 컨설턴트로서 가장 먼저 던지는 말은 무엇일까? "어떤 문항을 작성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앞서, "지원 공고 링크를 공유해 주시겠어요?"라는 요청사항이 우선이다. 작성해야 할 문항을 파악하는 일은 아주 간단하지만, 지원 공고를 제대로 분석하는 건 조금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취준생이 자기소개서를 쓸 때 공을 들이듯, 인사 담당자 역시 지원공고를 작성할 때 공을 들인다. 지금 우리에게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를 간략하게, 하지만 정확하게 나타내기 위해서다. 지원공고를 어떻게 작성하냐에 따라서 지원자의 규모나 결이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건 취업준비생의 입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원공고 안에는 언제나 정답이 있다. 공고를 찬찬히 살펴보면서 왜 이렇게 적었을지, 내가 담당자라면 어떤 사람을 뽑고 싶을지를 고민해 보는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된다.
해당 직무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자세히 뜯어보지 않고, 부서 이름만을 보고 지원하는 취준생이 생각보다 많다. 공통적인 지원 자격을 다 충족하는지만 확인하고 지원서를 내는 식이다. 하지만 앞서 <알아내면 속 시원한 자기소개서의 비밀> 편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불쑥 지원서를 넣는 건 내 손해이자 시간 낭비다.
공통 지원자격은 아주 기본적인 것에 불과하다. 직무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만일 합격한다면 나는 어떤 일을 하게 될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입사 후에 실질적으로 맡게 될 업무는 또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러한 사항을 생각하고 지원서를 넣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큰 차이가 있다.
가능하다면 같은 기업의 다른 직무 공고도 살펴보면서 흐름을 참고하는 게 좋다. 타 부서와 일절 소통하지 않고 홀로 모든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곳은 드문 데다가, 타 부서의 직무 내용을 기반으로 회사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은 바로 '우대사항'이다. 우대사항은 "이 자리에 들어오기 위해서 필수로 갖춰야 할 내용까지는 아니지만, 이런 능력을 지니고 있으면 실무에 큰 도움이 될 거야!"라며 기업이 친절하게 정리해 안내해 준 '꿀정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입사 후 내가 발전시켜 나가야 할 첫 번째 역량이 바로 우대사항에 담겨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대사항 목록에 내가 해당되는 게 없다고 해서 넘겨버리지 말고, 꼼꼼히 읽어 보며 혹시나 입사 후 포부 문항에 활용할 방안이 없을지 고민해 보자.
이렇게 우대사항을 읽고 난 후에는 '왜 이런 사람을 우대하는 것일지' 그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우대사항에 적혀있다고 해서, 영문도 모른 채 그냥 입사 후 이 사항들을 이뤄내겠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때 바로 지난 9편, <돈 벌려고 지원했지! 지원동기는 왜 묻나요?>에서 안내한 연혁 해석법이 큰 도움이 된다.
우대사항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다.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맞는, 직무에 관한 더 깊은 이해를 위한 역량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조기업에서는 제조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직무일지라도 해당 상품과 연관된 지식을 갖춘 사람을 우대하기도 하고, 추후 해외 진출 예정이 있거나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고 싶은 기업의 경우에는 언어 능력을 요구하기도 한다.
입사 후에 어떠한 역량을 키워나가야 도움이 될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알고 있는 지원자는 매력적이다. 단순히 자기 자신의 발전을 이루는 것을 넘어, 그 능력이 실무에 어떻게 쓰일지를 예측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00 분야 전공자'와 같은 큰 맥락의 스펙은 입사 후 당장 도전하기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특정 언어와 관련된 역량이라든지, 관련 분야 자격증 소지를 요구하는 경우 추후 차근차근 관련 역량을 쌓아나갈 수 있다. 우대사항과 연혁을 꼼꼼히 살펴보며 내가 현실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입사 후 포부' 문항에 언급할 기본적인 틀을 구성하자.
입사 후 포부를 작성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실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것이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발전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같은 추상적인 말은 글자 수만 잡아먹을 뿐이다. 입사 후 6개월 안에 00 자격증을 취득하겠다거나, 00 교육을 수료해 00 분야의 전문성을 꾸준히 길러나가겠다는 등 명확한 내용이 있어야 한다. 숫자와 대상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이외에도 나만의 특장점이 있다면 이를 더 부각하는 포부를 적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점 문항에 적응력을 언급했다면 업무 매뉴얼을 빠르게 파악한다는 내용으로 그 맥락을 이어간다든지, 성장과정에서 언급했던 특정 경험을 살려 00 분야의 전문성을 더 강화하겠다는 등 자기소개서 내 다른 문항과 연결 지을 수 있는 내용이라면 더더욱 좋다. 내가 가진 강점을 한번 더 강조하며 글을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합격도 하지 않은 기업에서의 미래를 그리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입사 후 포부에 적어둔 목표는 단순히 자기소개서 작성에만 쓰이지 않는다. 실제 입사를 하게 되었을 때, 나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나만의 등대가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