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기업에 지원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지원동기 문항을 보고 있자면, 이런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이런 건 대체 왜 묻는 거야? 돈 벌려고 지원했지!" 우리는 돈을 벌어야만 하고, 되도록이면 돈을 많이 주거나 집에서 가까운 회사에 지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소 500자에서 1000자에 가까운 지원동기를 쥐어짜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돈 벌려고 지원했지'라는 8글자를 그럴싸하고 긴 글로 늘려 담당자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자기소개서 유료 컨설팅을 통해서만 제공했던, 아주 현실적이고 자세한 팁을 브런치에서만 공개하려 한다. 단언컨대, 이 글을 읽고 나면 지원동기에 쓸 말이 엄청나게 많아질 것이다.
지원동기 문항 이해하기
지원동기 문항을 가장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돈 벌려고 지원한 건 알겠는데, 그 돈을 왜 하필 여기에서 벌고 싶은 건가요?" 세상에는 수많은 기업과 수많은 직무가 있는데, 하필 A기업의 B직무에 몸담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원동기를 서술할 때에는 이 두 가지 질문에 답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왜 하필 이 기업인가? / 왜 하필 이 직무인가?
두 가지가 같은 이야기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두 질문에 대한 답변의 방향은 명백히 달라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문단에서 알아보자.
우리 회사를 잘 아는군!
"뽑아만 주신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지원자는 매력이 없다. 열정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가 아닌 다른 어느 기업이어도 상관없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니까. 특정 기업에 특화된 인재로 보이기 위해서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우리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왔군!'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왜 이 기업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이해도를 쌓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전조사를 통해 이 기업이 걸어온 길과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살펴보고, 그중에서 나와 맞는 스토리, 나와 맞는 포인트를 찾아내면 된다. 그렇다면 기업 분석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앞서 <자기소개서 쓰기 전, '이것'만은 꼭 확인하세요!> 편에서, 관련된 내용을 안내한 바 있다. 인재상은 참고만 하되 연혁을 눈여겨봐야 하며, 기업의 홈페이지를 샅샅이 훑어보며 최신 동향부터 대표 사업까지 모두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물론 현직자도 아닌 우리가 연혁만을 가지고 엄청난 정보를 찾아내기는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몇 가지 유의미한 단서를 찾을 수는 있다. 연혁이란 한 해 동안 이뤄낸 수많은 성과 중 가장 중요한 내용만을 담아낸 것이니, 기업이 가장 자랑스러워하고 가장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셈이다.
기업에 관한 정보가 아예 없더라도, 연혁만 잘 살펴본다면 자기소개서에 쓸만한 정보를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 몇 년에 걸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메인 키워드'를 알아낸 뒤, 이에 관한 보도자료나 동향 등을 더 조사하고 나의 가치관과 잘 맞는 부분을 찾아 적으면 된다. 그 자세한 방법을 아래에서 소개한다.
생생한 지원동기를 만드는 '연혁 해석법'
왼쪽을 A기업, 오른쪽을 B기업으로 칭할 예정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두 대기업의 연혁을 살펴보자. 해당 기업과 분야가 중요한 것이 아닌 단순 예시일 뿐이기 때문에, 분야를 특정하는 몇 키워드는 모자이크 처리했다. 왼쪽 A기업의 예시 속에서는 MOU 체결이라는 단어가 반복된다. 그중에서도 2021년 교육기관과 산학협력을 맺었다는 내용이 두 차례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이 기업이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고 영업이익을 늘리는 것을 넘어, 미래지향적인 시선으로 인재 양성에도 힘쓰려 한다는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지사 개소, 유럽, 중국, 미국 법인 설립 등 해외 진출과 관련된 움직임이 눈에 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려는 큰 규모의 프로젝트가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니, 관련 자료를 더 상세히 찾아보는 게 좋다.
이번에는 오른쪽 B기업의 예시를 살펴보자. 반복적으로 눈에 띄는 건 단연 '최초'라는 단어다. 세계 최장, 국내 최초, 세계 최초... 독보적인 기술력을 지닌 기업이며, 이를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는 걸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B기업은 ESG경영에도 관심이 많을 확률이 높다. 한 해에 2~3개의 성과만을 담은 간결한 연혁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중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나 수소차용 체제 구축과 같은 친환경적 성과를 넣었다는 사실에서 친환경을 중요한 키워드로 여기고 있다는 걸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찾던 정보 여기에 다 있어요
이렇게 메인 키워드를 찾아내면, 그때부터는 '꿀정보의 향연'이 펼쳐진다. 홈페이지에 명시된 것보다 훨씬 생생하고 상세한 소식이 포털사이트에 널려있다. 우리는 그중에서 필요한 소식을 골라 읽고, 내가 원하는 방향의 정보를 골라 집어 자기소개서에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
위 연혁에서 알아낸 정보를 토대로 포털사이트에 'A기업 +글로벌'을 검색하자, A기업이 글로벌 지사를 확대하고 있는 이유와 해외 진출의 목표치, 현재 매출액과 글로벌 시장 점유율까지 정리된 보도자료를 바로 찾아낼 수 있었다. 'A기업 +양성'을 검색하자, A기업의 인재 양성 커리큘럼과 규모, 현직자의 인터뷰까지 등장했다.
B기업도 마찬가지다. 'B기업+친환경'을 검색하자, 친환경적 행보를 기반으로 국내 최초 ‘국제 기준 환경성적표지(EPD)’를 획득했다는 내용과 국내 친환경 업계에서 B기업이 어떠한 입지를 다져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B기업 +최초'를 검색했을 때는 기업이 가진 첨단 기술력을 모두 모은 소개 부스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찾을 수 있었는데, 여기에는 B기업이 MOU를 맺을 예정인 기업부터 담당자가 밝히는 사업 운영 방행까지 안내되어 있었다.
이러한 정보는 기업의 공식 블로그나 뉴스란에 올라와 있을 확률이 높다. 특히 중요한 소식일수록 보도자료를 뿌려 알리는 경우가 많으니, 해당 키워드와 관련된 뉴스는 놓치지 말고 상세히 살펴보자. 기업의 보도자료를 퍼다 나르는 정보성 블로그 글도 많지만, 진위 여부가 확실하지 않으니 추천하지 않는다. 잘못된 정보로 아는 척하는 자기소개서는 오히려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교차검증은 필수다.
지원자 열 명 중 6~7명은 '00 기업은 국내 00 산업을 이끄는 최고의 기업입니다.' 같은 뻔하고 밋밋한 문장으로 지원동기를 작성한다. 똑같은 의미의 문장이라도, '00 기업은 세계 최초로 00 양산에 성공하는 등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00 분야를 이끌고 있습니다.'라고 적으면 기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정말 별 것 아닌 차이지만, 이 사소한 것조차 하지 않는 지원자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친환경이나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실을 언급하며 기업과 나의 가치관이 비슷함을 어필할 수도 있다. '수많은 기업 사이에서 왜 하필 이 기업을 골라 지원했는지'를 설명하는 데는 상통하는 가치관만 한 게 없다. 그러니 지원동기에 필요한 소재를 찾고 싶다면 연혁과 보도자료를 샅샅이 뒤져보자.
왜 이 일을 하고 싶나요?
기업을 향한 나의 이해도와 열정이 충분히 준비되었다면, 이제는 "왜 이 직무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차례다.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내 성장과정이 왜 궁금한가요?> 편을 참고해 보면 도움이 된다. 우리는 이미 성장과정 문항을 작성하면서 이 질문에 답할 준비를 마쳤다.
성장과정에서 직무와 연관된 경험을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개연성을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내가 왜 이 직무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어떻게 이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왔는지는 금방 생각해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를 수 있는데, 그건 바로 "한 자기소개서의 다른 문항에서 일화나 소재가 겹쳐도 되나요?"다. 정답은 YES다.
물론 문항마다 완전히 다른 소재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꾸며낼 만큼 엄청난 인생을 살아온 지원자라면 당연히 겹치지 않게 쓰는 것이 좋겠지만, 소재가 넉넉하지 않은 상황인 데다 내가 부각하고 싶은 강력한 일화가 있는 거라면 한 번 정도 더 언급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분량을 채우기 위해 도돌이표를 찍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거나, 큰 개연성이 없음에도 강조하고 싶다는 이유로 한 번 더 적는 것은 금물이다.
성장과정과 지원동기의 차이점은?
성장과정에서 적었던 직무와 나의 개연성을 참고하라니, 그럼 성장과정과 지원동기 문항에 똑같은 이야기를 하라는 건가요?라고 묻고 싶을 수도 있다. 성장과정에서 고스란히 가져와도 되는 것은 '직무를 향한 나의 열정을 드러내기 위한 개연성'뿐이다. 성장과정을 통해 이 직무를 향한 환상을 품고 그 관심과 흥미를 이어왔다는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지원동기에서는 현실의 영역으로 넘어와서 나의 포부까지 암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장 좋은 건 내가 지원하는 직무에서 일하고 있는 현직자의 목소리를 참고하는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해당 직무 관련자가 인재 채용에 관해 직접 이야기하는 콘텐츠를 생산하기도 한다. 이렇게 내가 지원하는 공고에 특화된 자료는 빠짐없이 확인해야 한다. 기업문화부터 지금 필요로 하는 인재상까지 말 그대로 정보를 떠먹여 주기 때문에 안 보는 게 손해다. 또한, 운이 좋다면 면접장에서 콘텐츠 속 현직자를 마주치는 행운을 누리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면접관이 이야기했던 내용을 일부라도 숙지하고 있다는 건 큰 무기다.
기업의 규모가 작거나, 내가 지원하는 직무가 해당 기업의 메인 부서가 아니라면 위와 같은 정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회사가 다르더라도, 직무가 같다면 하는 일은 얼추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다른 곳에 신경 쓰지 않고 직무에만 초점을 맞춰 작성하면 된다. 아래의 세 가지 질문에 답을 한다고 생각하며 지원동기를 마무리해 보자.
1. 해당 직무의 어떤 부분이 나와 잘 맞다고 생각하나요? 2. 이 기업에서 이 직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나요? 3. 해당 부서의 일원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며, 기업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