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쫄보의 운전면허 도전기
운전에 재능이 없다는 걸 처음 깨달은 것은 우습게도 초등학생 때였다. 카트라이더가 전국의 초등학생들을 사로잡았을 때도 나는 그 유행에 편승하지 못했다. 언제나 꼴찌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완주라도 하면 다행이었다. 내 캐릭터는 계속해서 도로를 벗어나려 했다. 조금 더 나이를 먹은 뒤 놀이공원에서 범퍼카를 직접 운전하게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남의 차에 가서 충돌을 즐기기는커녕, 구석에 틀어박혀있는 차를 후진시키는 것도 버거웠다. 나의 끔찍한 공간지각능력은 해를 거듭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운전면허 학원 출석 1일 차. 3시간의 안전 교육을 수료했다는 의미로 한 번 더 기계 앞에 줄을 서서 내 이름 옆에 대고 카드를 긁었다. 이제 정말 운전대를 잡아야 할 시간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름이 불린 사람들이 한 명씩 건물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송혜교 씨, 12번 차량입니다!"라는 말을 듣고 나 역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부터 나는 노란색 12번 차량 안에 꼼짝없이 갇혀 다가올 4시간을 버텨야 했다. 12번이 마치 나의 죄수번호처럼 들렸다.
12번 차량 앞에 선 나는 우왕좌왕했다. 어디에 앉아야 하는 걸까? 액셀과 브레이크의 위치도 제대로 모르는 내가 운전석에 앉자니 범죄를 저지르는 기분이었는데, 그렇다고 운전을 배우러 온 입장이면서 조수석에 홀랑 타는 것도 웃기지 않은가. 혼란을 느끼던 찰나, 종이컵을 입에 문 강사님이 느긋한 걸음으로 다가와 말했다. "일단 조수석에 타세요." 그 말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자, 여기가 브레이크. 이걸 액셀러레이터라고 하는데... 이건 지금 밟지 마세요. 이거 안 밟아도 차가 가."
액셀을 안 밟아도 차가 슬금슬금 기어간다니 충격적이었다. 범퍼카는 밟아야만 앞으로 나갔던 것 같은데. 아니, 브레이크와 액셀은 정반대의 역할을 하면서 저렇게 바짝 붙어있어도 되는 걸까? 작가로 따지자면 저장 버튼 바로 옆에 삭제 버튼이 있는 셈 아닌가? 이 한 끗 차이의 페달들이 나와 타인의 목숨을 좌우하게 된다니 놀라웠다.
다시 한번 느끼는 거지만, 나는 정말 차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올리면 우측 깜빡이, 내리면 좌측 깜빡이! 반대쪽은 와이퍼니까 헷갈리지 말고요. 기어는 파킹, 중립, 드라이브가 있는데..." 동시다발적으로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니 혼란스러웠다.
나는 모든 걸 기억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입을 굳게 다문 채 설명을 들었다. 강사님은 험악한 버전의 곰돌이 푸처럼 보이는 무뚝뚝한 경상도 아저씨처럼 보였는데, 내 비장한 표정을 웃기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었다. '뭐가 그리 웃기십니까? 곧 제가 운전하는 차에 타셔야 하는 입장인데!'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는 없었다. 눈앞에 있는 수많은 장치를 외우는 데만도 바빴으니까.
운전석 문을 열고 핸들 앞에 앉는 건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마치 아무도 없는 교장실에 들어온 학생처럼, 왠지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앉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튼 하나로 차 안의 모든 창문을 조정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자리라니!
"일단 의자부터 조정하시고. 손 착~ 뻗어서 핸들까지 거리 괜찮은지 보시고!" 운전석에 앉자마자 일단 좌석을 내 몸에 맞게 조정해야 했는데, 당연하게도 어느 정도로 당겨야 적당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높이는 괜찮냐는 질문에 대충 주위를 둘러본 후 고개를 끄덕거렸다. 괜찮은 게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앞만 잘 보이면 되는 거겠지.
"그럼 이제 벨트 매시고! 이거 까먹으면 바로 실격입니다. 주차 브레이크 내리고, 이거 까먹으면 안 돼요. 깜빡이 잘 들어오나 한 번씩 점검하고. 이건 시키는 대로 해야 합니다. 기어 변경하고, 이거 빼먹지 마세요!" 까먹어도 되는 게 없다는 뜻 아닌가? 이 많은 것을 다 기억할 수 있을까? 혼란스러워하던 찰나, 드디어 결전의 순간이 돴다. "그리고... 브레이크에서 발 떼세요." 차가 천천히 앞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끔찍이도 자신 없었던 카트라이더의 현실판이 시작된 것이다.
출발선을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눈앞에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경사로 코스였다. "이제... 액셀을 밟나요?" 기어가는 차 안에서 내가 질문하자,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급가속을 선보였고, 선생님은 당황했다.
"조금 더 살살 밟아봐요... 돌발이 나올 수도 있어요." 여기에서 돌발이란 무엇인가? 차 안에서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며 누군가 아주 급박하게 '돌발, 돌발, 돌발!'을 외쳐대는 상황을 말한다. 무언가가 차 앞으로 뛰어들었을 때와 같이 도로 위에서 생기는 각종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미션은 급정거를 한 뒤, 비상등을 켜고 기다렸다가, 다시 끄고 침착하게 출발하는 것이었다.
돌발의 묘미는 이름 그대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점에 있었는데, 연습하면서 이 과정에 충분히 익숙해져야만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돌발 상황에서 2초 이내에 정지하지 못하거나, 정지 후 3초 이내에 비상등을 켜지 않거나, 출발하기 전 다시 비상등을 끄는 걸 까먹으면 감점이라고 했다. 혹은, 경사로에서 정지했다가 다시 출발할 때 차량이 뒤로 50센티 이상 밀려도 감점이었다.
첫 경사로에서 돌발을 만난 나는 급정거-비상등-급가속 연속 기술을 선보였다. 아직 페달을 얼마나 세게 밟아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급한 성격 탓에 감점은 면했으나, 이제는 슬슬 조수석에 앉은 선생님의 목과 허리가 걱정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