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면허학원에 등록했습니다

개쫄보의 운전면허 도전기

by 송혜교


면허학원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학원은 집에서 25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서울에 살았더라면 셔틀버스를 타고 면허학원까지 갔겠지만, 우리 동네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다. 아빠 차를 얻어 타고,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샌드위치 한 개를 입안에 대충 쑤셔 넣은 뒤 학원으로 향했다.




운전면허 학원, 그 미지의 존재


사실 면허를 따기 싫은 데에는 면허학원을 향한 세간의 평도 한몫했다. 학원 선생님이 무서웠다든지, 불친절했다는 친구들의 투덜거림을 종종 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운전면허 학원들의 리뷰란에는 강사를 향한 악평이 넘쳐났다. 이런 우려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면허 취득 후기를 보면 하나같이 선생님의 태도를 언급하고 있었다. '많이 걱정했는데 친절하셔서 잘 배울 수 있었다'라든지, '왜 이렇게 못하냐고 핀잔을 주셔서 교육받는 내내 쫄아있었다' 등이었다.


처음부터 못해서 핀잔을 받아버리면, 운전을 향한 두려움을 영영 극복하지 못할 것 같았다. 나는 두려움에 가득 차서 유튜브로 예습을 하기 시작했다. '학원에서는 안 알려주는 기능 시험 필승 스킬!'이라든지, '차폭감 익히는 법' 같은 영상을 있는 대로 찾아봤다. 그곳의 댓글창에도 학원 선생님이 자세히 알려주지 않아서 시험에 떨어졌다는 푸념이 가득했다. 나는 어떤 선생님을 만나게 될까. 새 학기를 앞둔 학생처럼 마음이 떨렸다.




운전을 영상으로 배웠어요


그래서, 영상은 효과적이었을까?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미 한두 번 떨어진 이후에 개선점을 찾기 위해 영상을 보는 것이라면 몰라도, 운전대를 잡아본 적도 없는 내가 영상만으로 감을 잡을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애초에 엑셀과 브레이크, 사이드미러와 룸미러의 위치도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이 차폭감을 익히겠다는 건 한글도 모르고 시를 짓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도 유튜브 보는 걸 멈출 수는 없었다. 이 친절한 선생님들이 내게 심리적 위안을 주었기 때문이다. 운전에는 컨디션도 중요하다고 해서, 첫 등원 전날에는 꼭 일찍 자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이런저런 걱정을 하며 끝도 없이 영상을 시청하다 새벽 4시가 넘어서야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잠들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4시간도 채 자지 못한 상태로 눈을 뜨자마자 학원으로 향했다.




아주 오랜만의 성적표


1종과 2종 중에서 어떤 걸 택하겠냐는 질문에 1초의 고민도 없이 2종을 택했다. 내 한 몸 태우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러고 보니 성인이 되고 나서는 학원에 다닐 일이 많지 않았다. 취미로 무언가를 배워보겠다고 나선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진 채 학원에 오는 건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살짝 긴장한 상태로 이름을 말하고, 신분증을 내밀고, 이력서처럼 생긴 종이를 한 장 받았다. "학원 올 때마다 꼭, 꼭! 챙겨 오셔야 해요! 이게 있어야 면허를 받을 수 있어요." 이 종이 한 장에 내 성과가 전부 담길 예정이라니. 이를 테면 성적표 같은 거였다. 종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고이 접어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데스크 옆에 있는 대기실로 향하자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누가 봐도 갓 스물인 듯한 앳된 얼굴부터 중년의 여성까지 그 나이대도 다양했다. TV에서는 액션영화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듯했다. 비교적 어린 사람들은 무념무상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하나같이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안타깝게도 후자에 속했다.




오늘 운전을 하라고요?


정각이 되자,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모두가 키오스크처럼 생긴 기계 앞에 일렬로 줄을 섰다. 기계에다 지문을 찍은 뒤에는 마치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유치원생처럼 우르르 강의실로 이동해 첫날의 일정을 안내받았다. 이렇게 통솔의 대상이 된 건 참 오랜만이었다. "자... 여기서 오전 3시간 동안 교육을 들으시고요. 그리고 밖에 나가서 4시간 연수받은 다음에~ 오늘 기능 시험 보고 집에 가시면 됩니다." 선생님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오늘 운전대를 처음 잡아보는데, 오늘 시험을 본다고? 나는 VR 운전연습 같은 것도 안 해봤는데. 심지어 카트라이더조차 못하는 게 나라는 인간인데! 안전 교육을 듣는 내내, 이런 나에게 '진짜' 차의 운전대를 맡기는 현대 사회의 시스템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 고민했다.


강의실 밖에는 바로 기능시험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교육을 듣는 3시간 내내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쫑긋거렸다. 12번, 불합격입니다! 8번, 합격입니다! 모두의 신경이 다른 곳에 쏠려있다는 걸 눈치채신 건지, 인자한 교육 강사님이 설명을 멈추고 이렇게 얘기했다. "도로주행이 문제지, 기능 시험은 7~80%는 다 붙어요. 자자, 너무 걱정하지 말고!" 선생님은 잘 모르시는 듯했지만, 나의 문제는 그 2~30% 안에 들 자신이 있다는 거였다.




강의가 모두 끝나자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이제는 정말 운전대를 잡아야 할 시간이다. 인생 최초로 흉기를 손에 쥐는 듯한 막중한 책임감은 처음이었다. 무거운 어깨와 발을 질질 끌며,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 앙증맞게 준비되어 있는 도로 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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