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열심히 글을 올리다 보면 언젠가는 올렸던 글을 엮어 출판사에 투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김칫국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기 때문에, '흐흐. 운이 좋다면 투고하기 전에 출간 제안을 받아 차기작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라는 생각도 종종 했다.
이런 내게 냉정한 현실을 알려주는 건, 마치 잔잔한 호수와 같이 변함없는 메일함이었다. 어느덧 차기작 계약이라는 꿈은 점점 멀어졌고 열정에 불타던 마음도 점차 '쓰다 보면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체념으로 물들어갔다. 그러나 이런 내게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딱 한 편의 글로, 그것도 시리즈의 첫 글을 올린 바로 다음날 곧바로 출간 제안을 받게 된 것이다!
아무도 내 글을 기다리지 않을 때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만 해도, 아무도 내 글을 읽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침울했었다. 라이킷이 100개도 훌쩍 넘게 찍히는 인기 작가님들의 글을 보고 있자면 라이킷 10개도 받지 못하는 내 글이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라이킷이 그리 중요한 지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초보 브런치 작가였던 그때는 스치는 라이킷 하나에도 마음이 들썩거렸다. 10개가 넘는 글을 올렸는데도 아주 처참하리만큼 반응이 없었으니까. 기다리는 독자도 없는데 글을 연재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겨우 10편 써보고 포기하는 것도 우습지 않은가. 애초에 나는 인기 작가도 아니고, 그저 이름 없는 초보 작가일 뿐인데. 가진 게 없는 상태로 시작한 셈이니, 꾸준히 쓰다 보면 뭐든 하나는 좋아질 게 분명했다. 독자든, 조회수든, 실력이든! 그런 마음으로 매일 책상 앞에 앉았다.
'매일 글쓰기'를 실천해 봤다
그렇게 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도 어느덧 9개월이 되었다. 그간 올린 글의 숫자가 100개를 넘으니, 못해도 이틀에 한 편 꼴로는 글을 올린 셈이다. 특히 8월부터 9월까지 두 달 동안에는 주 5회 빠짐없이 글을 올렸다. 업로드 주기를 지키기 위해 말 그대로 '밥 먹고 글만 쓰며' 지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장점이 하나라도 있는 작가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쓰는 사람으로서, 내게는 약점이 많다. 성인이 된 지는 꽤 지났지만,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부족하며 가방끈도 그리 길지 않다. 결혼을 해본 적도 아이를 낳아 키운 적도 없다. 한 마디로,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그렇다면 다른 훌륭한 작가들에 대적할만한, 내 글을 '읽을만하게' 만들 수 있는 무기가 필요했다. 아무래도 내게는 성실함뿐이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전투적으로 글을 써본 건 태어나 처음이었다. '주 5회'라는 독자와의 약속은 내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책상 앞에 앉았고, 큰 행사를 마무리한 직후에도 노트북부터 펼쳤으며,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을 떠나서도 내내 노트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나의 부지런한 천국
놀라운 건, 그 모든 과정이 힘겹고도 즐거웠다는 점이다. 차 안에서 멀미를 하면서도, 감기에 걸려 코를 훌쩍거리면서도 꾸역꾸역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던 그 모든 시간이. 나는 파리의 강변에 앉아서, 포르투의 석양을 보면서, 와인밭 사이로 쭉 뻗은 프랑스 소도시의 도로 위에서 글을 썼다. 어디에서나 글을 써야 한다는 것, 어디에서나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내게는 부지런한 천국이었다. 부지런해야 하는, 부지런함 속에서만 열리는, 그래서 결국 나를 부지런하게 만드는 천국.
게다가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더니 소화할 수 있는 원고의 양이 획기적으로 늘었다. 예전 같으면 뭉그적거리다 3일에 걸쳐 완성했을 초안을 하루면 쓸 수 있게 되었달까. 영감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쓰다 보면 써진다는 진리에 가까운 말을 몸소 깨우치게 됐다.
기획하고, 초안을 쓰고, 퇴고하는 과정을 촘촘하게 구성했다. 1편의 원고를 고치며 2편의 초안을 쓰고, 3편을 기획하는 식이었다. 그 과정을 매일 반복했더니 나름 생산적인 글쓰기 루틴도 생겼다. '좋은 작가'에 정답이나 기준은 없다지만, 적어도 그 언저리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기분이었다.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습니다
브런치스토리에 그리 오래 몸담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올 한 해만큼은 가장 열심히 활동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힐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즐거운 제안도 종종 받게 되었다. 작가에게 제안하기 기능으로 따뜻한 팬레터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개인적으로 내게 글쓰기를 배워보고 싶다고 연락을 주신 분들도 있었다.
물론, 그중에서도 가장 강하게 내 심장을 요동치게 했던 것은 역시나 출간 제안이었다. 바로 지금 이 시리즈, <운동이 제일 싫었어요>의 1화를 올린 다음날 일어난 일이다. 오랜만에 브런치 제안이 왔다는 알림이 울렸고, 반가운 마음으로 서둘러 메일함에 들어갔다.
메일을 읽고 나자 말 그대로 눈이 동그래졌다.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내용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운동이 제일 싫었어요> 첫 편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으며,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아직 출간을 약속한 곳이 없다면 출간 제안을 숙고해 달라'는 메일이었다.
딱 한 편뿐인데, 계약서를 쓰자고요?
메일을 받은 뒤 빠르게 출판사와 미팅을 잡았다. 당시 내 머릿속은 '딱 한 편 뿐인 글을 보고 대체 날 어떻게 믿으시고...'라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나 자신을 향한 불신으로 가득 찬 나와 다르게, 편집장님은 이미 확신에 차 있었다. 나와 계약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날 설득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오신 듯했다. 2편을 보여줄 수 있는지도, 더 써놓은 원고가 있는지 묻지도,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써나갈 건지 묻지도 않으셨다.
시리즈의 첫 글을 읽은 직후, 내가 그간 브런치에 올렸던 다른 시리즈들을 한 편도 빠짐없이 모두 읽어보았다고 하셨다. 비록 <운동이 제일 싫었어요>의 원고는 딱 한 편밖에 읽지 못했지만, 내가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인지는 잘 알고 계신다는 뜻이었다.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그 많은 글이, 이렇게 뜻밖의(?) 방향으로 빛을 보는구나! 괜스레 뿌듯해졌다.
초보 작가인 나와는 다르게, 편집장님은 베테랑이었다. 나조차도 내 원고가 어디로 어떻게 튈지 아직 모르겠는데, 이렇게까지 강한 확신을 가지고 믿어주시는 분이 있다니. 그 자체가 영광스럽고 기쁜 일이었다. 결국 그렇게, 편집장님을 처음 만난 날 바로 계약을 확정 지었다.
물론 제목이 바뀔 수도 있어요 :)
이러한 사연을 거쳐, <운동이 제일 싫었어요> 시리즈가 책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정확한 출간일은 정해진 바 없지만, 8월부터 부지런히 쓰고 있었으니 내년 상반기 안에는 여러분께 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주 5회 연재와 차기작 집필을 병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제가 가진 무기는 성실함뿐이니까요!
그동안 <운동이 제일 싫었어요> 시리즈와 함께해 주신 모든 '안 움직여' 동지 여러분, 그리고 '운동 좋아' 독자 여러분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면 가장 먼저 인스타그램과 브런치에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저를 구독해 주시면 출간 소식을 누구보다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다는 엄청난 사실...♡
최근 무려 네 편의 연재를 마무리하게 되었네요. 빈자리를 채울 새롭고 즐거운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곧 돌아올 테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단 한 편으로 베테랑 편집자를 사로잡은(?) 화제의 글 링크를 달아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