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뿐히 가라앉는 마음
파리행 비행기에 앉기까지는 딱 보름이 걸렸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휴직계를 내는 것이었다. 구태여 사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요, 좀 쉬다 와요. 너무 혼자서만 지내진 말고. 사람도 좀 만나고. 휴직과 복직이 수월한 직업을 가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종종 했지만, 이런 사유로 휴직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후 며칠은 동생의 주변인을 만나며 보냈다. 별 수확은 없었다. 내가 들은 말이라고는 글쎄요, 흐느낌, 그럴 애가 아닌데, 흐느낌, 우울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상상을, 그럴 애가 아닌데, 얼마 전에도 저랑 웃으면서 통화했는데….
여섯 명째였을까. 그냥 그만두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럴 애라는 게 정해져 있나? 그럴 애는 어떤 애일까. 정말 그런 거라면, 내 동생은 왜 모두의 예상을 뚫고 그럴 애가 되었나. 그런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서 다른 것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으니까.
회사에서 괴롭힘을 당했던 것도 아니다. 애인과 헤어졌다거나, 가까운 친구와 싸운 적도 없다. 금전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지우는 그냥 떠났다. 애써 모은 돈을 내 앞으로 돌리고, 보물찾기를 하자는 뜬금없는 말만 남기고서. 원망하고 싶은데 이유조차 모른다. 질문을 쏟아낼 대상이 없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유골함에 대고 화를 낼 수도 없고.
내게 남은 건 수첩 한 권이 다였다. 처음에는 유언 따위 무시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내용을 읽어버리겠다고 결심하며 수첩을 들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동생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약속해. 절대로 다음 장을 미리 열어보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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