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뿐히 가라앉는 마음
지우가 교환학생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을 기억한다. 한 손에는 와인 한 병을, 다른 한 손에는 잼이며 마들렌 같은 것을 잔뜩 들고 내 집에 불쑥 찾아왔다. 술은 두 병밖에 못 사 오는데, 내가 이거 한 병 언니 준다. 엄청 맛있는 건데. 그렇게 소소한 생색을 내면서. 나는 쉽게 들뜨거나 살갑게 구는 성격이 못 되어서,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너는 전생에 프랑스 사람이었나보다.”
“그래? 진짜 그런가보다.”
타지에서의 생활이 외로웠을 법도 한데 좋은 얘기만 한가득 늘어놓다 갔다. 마트 물가가 저렴해서 좋았고, 일 년 내내 날씨가 온화했으며, 프랑스 음식이 입에 잘 맞았다고. 다만 도어락 대신 열쇠를 쓰는 건 마지막까지 익숙해지지 않아서, 방에 들어갈 때마다 늘 오래된 나무문과 한바탕 씨름을 했다고.
파리는 그 애가 두 번째 고향처럼 여기는 도시였다. 교환학생으로 일 년간 머문 이후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또다시 파리로 향했고, 직장인이 된 후 첫 휴가를 떠난 곳도 파리였다. 마치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처럼, 그곳에 무언가를 두고 온 사람처럼.
그런 순간들을 떠올리다 보니 어느새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출국하기 전 동생이 알려준 건 딱 세 가지였다. 일교차가 크니 외투를 챙길 것. 파리 11구에 주방이 있는 숙소를 구할 것. 파리에 적어도 보름은 머물 것.
샤를드골 공항에 내려서 택시를 부를 때는 꼭 위치를 정확하게 정해.
프랑스어만 쓰는 기사들이 많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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