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잔디밭에 누워

사뿐히 가라앉는 마음

by 송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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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에는 편히 잤어?

낯선 도시에서의 첫날은 늘 버겁지.

너무 피곤해하지 않길 바라.

파리에서는 좋은 일들이 언니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도 말고.

짐은 모두 숙소에 두고, 아주 간단하게만 챙겨 나서봐.


숙소가 보쥬 광장에서 그리 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Place des vogues’를 찾아가.

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은 잔디밭이 보일 거야.


이곳 사람들은 해가 뜨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잔디밭에 누워.

분명히 직장인인 것 같은데, 관광객인 우리보다 여유로워 보이지.

점심을 90분 동안 꼭꼭 씹어먹어. 음미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마레 지구는 젊은 사람이 많이 모인 동네야.

특히 예술가가 많지. 돈도 시간도 부족한 사람들.

그래서인지 근처에 샌드위치 맛집이 많아.

바게트 사이에 잠봉과 루콜라가 가득 들어있는 샌드위치를 하나 사 들고 잔디밭에 자리를 잡으면 더 부러울 게 없어.


작은 돗자리를 챙겨서 뒷장에 적힌 주소로 가. 내 단골 카페야.

1층에 있는 카페 주인에게 내 이름을 말하면 알아서 맛있는 샌드위치를 준비해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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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고 말하고 교육 정책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열다섯에 중학교를 자퇴했고, 스물다섯에 작가가 되었습니다. 브런치에 에세이를, 한겨레에 칼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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