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아는 기쁨은 모를 때만 누릴 수 있는 것
"와, 저 커피 진짜 하나도 몰라요."
매주 다르게 준비되는 드립 커피에, 엄선한 페어링 디저트를 내놓는다는 멋진 가게에서 저는 눈을 크게 뜨고 외쳤습니다. 바 형태로 되어 있는 좌석에서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그대로 볼 수 있었는데, 주변이 온통 모르는 것 투성이였습니다. 커피에 대한 안내 카드를 받아 보니 과테말라 산 원두가 무슨무슨 풍미를 낸다고 하는데, 저는 과테말라가 세상의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를 뿐더러 원두를 어떻게 분류하는지, 무슨 맛으로 표현하는지, 맛을 보는 법이 어떤지도 잘 모릅니다. 지금 커피가 만들어지고 있는 저 황동 거치대 같은 건 무슨 물건일까? 드립 커피를 이렇게 직접 내려 주는 곳에서는 바텐더가 칵테일 맛을 보는 것처럼 내린 커피 맛을 살짝 맛보는 과정이 있구나. 그런데 드립 커피는 커피 만드는 방법 중에 좋은 건가? 커피머신으로 뽑는 거랑 뭐가 다르다고 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다른 거지? 등등, 온갖 의문들을 가집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커피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구나, 하고 새삼 느끼고, 저는 기쁘게 외칩니다. "저 하나도 몰라요!"
커피, 와인, 설명이 길게 따라붙는 파인 다이닝.
'무식하게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식문화를 만나면 우리는 보통 움츠러듭니다. 무슨무슨 산지에서 무슨 재료를 썼다고 하는데 나는 그게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재료 이름을 들어도 뭔지 모르겠고, 하나도 아는 게 없는데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을까? 이런 고급 커피는 테이스팅하는 방법도 따로 있다고 하는 것 같던데, 그냥 막 먹어도 되나? 무식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이 걱정에서 쉽게 헤어나올 수 없는 이유는 그게 '기분 탓'만은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디저트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온갖 자세하고 어려운 디저트 메뉴를 찾아 쫓아다니고, 그냥 딸기 맛, 크림 맛 같은 걸 넘어서 갈레트니 파트 푀이테니 생소한 말을 쓰면서 리뷰를 남깁니다. 그걸 보고 먹으러 가야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걸로 시상식도 하고 맛에 대한 칼럼을 쓰는 사람들도 있으니 분명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복잡하고 섬세한 식'문화'의 영역이 있나 봅니다.
특히 커피나 와인 같은, 하나의 분야로 많이 발달한 식문화를 즐기려면 어느 단계부터는 산지나 재료에 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차로 비유하자면, 녹차랑 초코가 다른 건 보통 쉽게 알 수 있지만, 하동 녹차와 용정 녹차는 둘 다 녹차 맛이니까요. 차를 즐기는 사람들은 두 가지를 구분하려고 하고, 그러려면 두 녹차가 어떻게 다른지에 관한 지식이 등장합니다. 미각 훈련도 필요하지요. 녹차와 초코를 구분하는 것보다야 하동 녹차와 용정 녹차를 구분하는 게 더 어려울 테니까요.
'몰라도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알아야 된다'고요?
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실은 두 이야기를 동시에 하려고 합니다. 제가 커피, 와인, 차 같은 미식 문화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이렇습니다.
알아 가는 과정이 재미있으니까, 지금 잘 몰라서 너무 기쁘다!
재미있는 문화는 아주 재미있는 소설책 같은 것입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남은 분량이 줄어드는 게 아깝다." 같은 말을 들어 보셨을까요? 차도 커피도 술도 그렇습니다. 새로운 문화를 하나하나 맛보고 알아 가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이 차는 왜 처음에 한 번 우리고 물을 그냥 버리는지, 차를 여러 번 우려내면 그때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게 나온다는데 그걸 어떻게 느껴 보면 좋은지, 같은 이야기를, 따끈한 차를 마시는 분위기 속에서 양념처럼 듣습니다. 한 번에 다 기억할 필요도 없지요. 저는 새 식음 문화로 칵테일과 위스키를 맛보러 다니기 시작한 지 일 년이 좀 넘었는데, 아직도 바에 가서 "칵테일은 왜 차갑게 해서 나오는 거예요?" 같은 질문을 합니다. 보통 향기는 온도가 좀 따뜻할 때 더 잘 느껴지는데, 칵테일은 향기를 즐겨야 하는 건데 왜 차가운 게 보통인 건지 궁금했거든요. 그리고 대답을 들으면 "아, 그렇구나!" 하는데, 그러고 곧 잊어버려서, 세 번째로 똑같은 걸 물어봅니다. (그런데 지금 쓰면서 보니 또 잊어버렸습니다. 왜 그렇더라……. 네 번째로 물어봐야겠어요.)
낯선 문화에 대해 하나하나 새롭게 알아가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때는, 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때밖에 없습니다. 무식하지 않으면 몰랐다가 알게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없단 말이지요. 식문화는 심지어 책 속에 있지도 않습니다. 직접 좋은 곳에 가고 맛있는 걸 먹으면서 할 수 있어요. 저는 그래서 차에 대해 잘 모르면서 탐험하던 시절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차, 차와 페어링하는 디저트, 음식, 차와 함께 즐기면 좋은 다른 문화까지 온갖 새롭고 맛있고 직접 감각할 수 있는 것들이 가득한 세계가 펼쳐졌으니까요. 그리고 어느 정도 이상 알게 되자, 차는 저에게 새로운 발견의 기쁨보다는 익숙한 일상의 잔잔함을 주로 가져다 주는 것이 되었습니다. 편안함과 라이프스타일로서의 유연함이 있지만 불꽃 같은 흥미나 놀라워서 오는 행복은 드물지요.
그래서 저는 익숙하지 않은 드립 커피를 마시러 가서 내가 커피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는 것을 느끼자 두렵기보다도 두근거리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문화와 만나 새로운 세계를 맛보는 수 년짜리 감각 경험, 그 재미있는 걸 커피에서도 또 할 수 있다고? 우와. 저 하나도 몰라요.
무언가를 하나도 모르는 것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조건이자, 그 문화를 엄청나게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이 펼쳐져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나이가 젊어질 수는 없지만 새로운 문화를 만났을 때 그 문화 안에서 새롭게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이 되어, 새로운 세상을 탐험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쫄지 말'도록 해요. 처음 시작할 때 잘 모르는 건 당연한 것을 넘어 좋은 것입니다. 아주 재미있는 소설을 벌써 다 읽고 만 사람들 앞에서, 나는 이 흥미진진함을 처음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맛보고 즐길 거라고 자랑이라도 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