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4년에 히로시마에서 잡화 도매상으로 시작한 가게입니다. 2대째부터 백단 등 향료를 다루었고, 1850년경에 청나라에서 건너온 조향사, 동옥초(董玉初)에게 향 제조법과 배합법을 전수받아 본격적인 향 가게로 거듭났습니다. 이렇게 가게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동옥초를 기리기 위해 상호에도 옥초(玉初)를 포함했다고 하네요.
이후로 옥초당은 근대를 거치며 사업을 확장하고, 패키지나 조성에서도 전통과 지역색을 살려 다양한 현대적 시도를 하면서 200여 년에 걸쳐 발전해 온 가게라고 합니다. 대외 교류가 많았던 오사카의 역사를 체감케 하는, 오사카의 대표적인 향 가게입니다.
사진 : 옥초당 공식 홈페이지
그런 만큼 옥초당에서는 격조 높은 고급 향부터 생활 향까지 다양한 라인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고급 선향 시리즈인 '전통의 향기 7종(伝統の薫り 七種)' 과 '향기의 모습 6종(香りの象 六種)' 에서 몇 가지를 골라 리뷰해 보려고 합니다.
'전통의 향기' 시리즈(왼쪽)와 '향기의 모습' 시리즈(오른쪽).
전통의 향기(伝統の薫り)시리즈는 '옛 향기를 현대에 전한다' 는 모토를 가지고 옥초당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조향법에 따라 만들어진 선향들이라고 합니다. 고급 침향 산지인 동남아시아산 침향과, 또한 전통 향료에서 대표 격인 백단을 주로 이용하고, 각 향의 특징을 살리기 위한 다른 재료들이 조금씩 배합되었습니다.
말하자면 날것의 최고급 재료가 있다고 할 때, 그 재료들로 어떤 요리를, 재료에 내재한 각각의 특징을 살려내며 개성 있게 나타내는가. 옥초당이 지향하고, 내세우고 싶은 '전통의 향기' 란 무엇인가. 하는 점을 알 수 있는 시리즈가 되겠습니다.
매서원(梅書院)은 옥초당에서 선보이는 전통의 향기 중에서도 첫번째입니다. 대표 격이자 처음으로 내세울 만한 자신있는 향기이겠는데요.
매화가 핀 서원(梅書院). 우리나라에서 서원이라고 하면 선비들이 학문을 갈고닦고 논하던 유학의 산실로서 이름 높은 학자들이 떠오르실 텐데요, 일본에서 서원은 쇼인즈쿠리(書院造)라고 하는 건축의 한 양식에 쓰이는 단어로, 특히 서원차(書院茶), 서원의 향, 하면 당시 귀족들이 커다랗게 지은 화려한 저택에서 손님을 맞아들이는 살롱을 가리킬 때 서원이라는 말을 씁니다. 이런 서원에서 시를 읊고 차 종류 맞히기 놀이도 하고, 향으로도 놀고, 그야말로 연회장이었지요.
사진 : 야마네엔(山年園) 다도 소개 페이지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서원. 중후한 침향의 향기.
격조 높음, 고급스러움의 끝이라고 하겠습니다. 설명을 보면 '농후함' 을 가장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고, 베트남 침향, 인도 백단, 매실, 용뇌, 정향, 패향, 사향(머스크)을 배합했다고 합니다. 설명만 들으면 정말정말 묵직할 것 같은데, 과연 어떨까요?
제가 느낀 향기는 '맛있다'. 이거 참… 맛있습니다. 그윽하고, 농후하고, 그런데 맛있어서 술술 넘어가는 향. 침향 중에서 확실히 진해서 오래 맡고 있기보다 멀리 피워 두는 편이 나은 향들이 왕왕 있는데요, 매서원(梅書院)은 그런 부담스러움이 없습니다.
묵직한데 술술 넘어가는 것들이 뭐가 있을까요? 진짜 맛있는 위스키, 와규, 그런데 가이세키에 나오는 것처럼 화려하게 장식된. 왜냐하면 침향을 즐기다 보면 머스크가 화려하게 눈을 뜨거든요. 마치 꽃잎을 여는 매화와 같습니다. 분명 빈틈없이 차 있는, 밸런스 좋은 침향이지만 드넓은 서원의 공기와 만나 그윽하게 공간을 채우듯 합니다. 계속해서 더 맡고 싶어요.
잔향은 즐겁다기보다 좀 아쉽습니다. 다 탔다니! 사람이 욕심을 가지면 아쉬움만 느는데, 워낙 맑고 달고 진해서 그런 생각이 드네요. 왁자지껄 신나게 즐긴 파티가 끝나 버려 남은 자리에서 느끼는 헛헛함이랄까요? 글쎄, 아마도 그건 제가 사람 만나기를 좋아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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