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정화당
하지만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 은근히 유용한 물건을 찾기란, 생각보다도 어려운 일이더군요.
먼저 가격과 만듦새. 막 피워야 하는 향인데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라면 한 줄 태울 때마다 체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겠지요. 만듦새도 너무 좋고 깊은 인상을 남기면, 그 향을 태울 때마다 왠지 그 향에 집중해 주지 않는 것이 아까운 기분이 듭니다. 가격과 비슷한 이치로, 너무 좋으면 막 쓰기에 썩 불편합니다.
그렇다고 정말로 아무 향이나 사도 되는가? 이 부분이 저에게는 또 하나의 문제였는데요, '막 피우기 좋다' 는 말에 혹해 지금까지 샀던 향 중에서 별로이지 않았던 향이 하나도 없었어요. 아니, 아무리 막 피운다고 해도 향이 나한테 좋은 향으로 느껴지지 않으면 안 되지. 너무 매캐하거나, 왠지 타는 냄새 같거나, 이래저래 무난해도 영 취향과는 안 맞거나, …….
그렇게 저는 마음에 드는 정말 좋은 향은 열 종류쯤이나 모을 동안, '막 피울 수 있는 아무 향' 은 하나도 가지지 못한 채 살고 있었습니다.
정화당(精華堂)의 대향목 순백단(大香木 純白檀)을 피워 보기 전까지는요.
감상용 향이라기에는 밋밋합니다. 특별히 빼어난 부분도 없습니다. 그런 시선으로 보면 너무 평범하고 별 것 없는 향입니다. 하지만 그냥 조용히 있기는 허전해서 틀고 싶은 배경 음악같은 향이 필요할 때, 슬쩍 공간에 채워 놓을 향 냄새가 필요할 때. 그럴 때 정화당의 순백단은 딱 좋은 선택지가 되어 줍니다.
향 냄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을 위해서 적당히 뽀송하고 잡내 없는 집안 공기를 만들 때도 좋고요, 요리하고 난 후 환기용으로 한 줄 태우고 창문을 열어 놓기에도 좋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너무 만물상 같나요? 하지만 이렇게, 어디에든 쉽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보급형 향의 비할 데 없는 미덕인걸요.
보급형 향이라지만 백단입니다. 백단의 향은 시원하고 달콤하니 청량한 맛이 있다지요. 특별히 빼어나지 않다는 것은 마냥 부드럽고 몽글몽글해 가만 있으면 썩 기분이 좋아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런 여름날, 카페에 깔리는 배경 음악처럼 대향목 순백단(大香木 純白檀)을 한 줄 피우고, 스피커로는 좋아하는 뉴에이지 팝, 그리고 시원하게 우려 둔 차에 얼음을 타 잘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 모금 하면, …….
삶에 이렇게 즐거운 때가 또 없겠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