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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하 Aug 24. 2021

백단 향이 피워내는 한 송이: 꽃의 모습

오사카 옥초당

오사카 옥초당 세 번째 리뷰입니다. 가게 소개는 첫 글, 시리즈 소개는 두 번째 글을 참조해 주세요!


1.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동양 살롱: 매서원

2. 부드러운 매움, 개운한 슬픔: 구름의 모습

3. 백단 향이 피워내는 한 송이: 꽃의 모습




《향기의 모습(香りの象)》시리즈에서 두 번째 리뷰입니다. 이번 꽃의 모습(花の象)은 침향이 주가 된 다른 다섯 가지 향기들과 달리 백단을 기본으로 하고, 침향이 첨가되어 향조를 만드는데요, 설명지에서도 백단의 청량한 기조를 살렸다고 하는 만큼 첫인상은 일단 시원합니다. 그리고 이전의 침향 시리즈와 달리 확실히 가뜬한 느낌이 있습니다.



《향기의 모습》시리즈 중 꽃의 모습(花の象). 


파스스하고 부드러운, 우유 같은 백단의 냄새. 저는 개인적으로 좋은 백단에서 우유 향 같은 것을 느끼곤 했던지라, 꽃의 모습(花の象)은 특유의 시원한 인상이 더해져 살얼음이 파삭하게 낀 시원하게 얼린 우유 같습니다.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 부드럽게 없어지는, 신선하고 향긋한 얼린 우유 있잖아요.


더불어서 느껴지는 것은 백단을 기조로 하는 향기에서 느껴지는 신선한 풀 다진 향기. 몽실거리는 꽃봉오리 같기도 하고, 풋풋하게 이슬 어린 새벽의 치자꽃 같기도 합니다. 더불어서 풍겨 오는 달콤함은 꽃 속에 잠들고 새벽 한기에 살짝 언 꿀 방울일까요?



백단은 침향과 비슷하게 고급 향의 중심이 되는 재료이지만, 가격대가 침향보다 저렴해서 조금 더 바탕 재료로 두루 쓰이는 편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좋은 백단, 잘 다룬 백단은 돋보이기 마련인데요, 꽃의 모습(花の象)을 피우면 그렇게 세심하게 만들어진 백단 향과, 백단 향이 품을 수 있는 개성, 짜임새, 향당이 추구하는 만듦새를 체험할 수 있는 듯해 기분이 좋습니다.


침향이 조금 배합되어 있다고 하는데, 침향은 윤곽을 잡는 슬쩍 달콤하고 중후한 부분을 맡고, 전반적으로는 시원하고 가벼운 인상으로 꽃 향기와 산뜻한 향기가 불과 함께 타들어가며 솔솔 풍겨 오고 있어요. 약간 서늘한 밤, 청량한 봄가을의 낮에 너무 무겁지 않고 화사하게 공간을 장식하기에 빠짐이 없는 향입니다.


균형이 잘 잡혀 있는 점도 칭찬할 만합니다. 꽃의 모습(花の象)에는 시원한 달콤함, 우유 같은 파스스함, 풋풋한 풀과 이슬의 향기 등이 빠짐없이, 그러나 어느 하나가 너무 강하지 않게 밸런스가 잡혀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래서 주장이 세기보다 은은하게 이 모든 향을, 공간 안에 퍼뜨리면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오묘한 향을, 특징을 잘 살리면서, 그러나 이토록 한 덩어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배합해 낸다. 마치 겹겹이 싸인 꽃잎들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아름다운 꽃송이, 꽃의 모습을 만들어내듯, 이 향기는 백단 배합향이 피워 내는 꽃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그 모습은 청초하지만 화려함 가득한 히비스커스 겹꽃 같아요. 향을 피워 놓고 눈을 감으면, 다소 이국적인 옥초당의 향조가 새벽 이슬을 품고 폭신해 보이는 꽃잎 가득 달콤하고 화사하게 피어납니다.





* 매거진의 모든 리뷰는 주관적 감상이며, 가게 연혁 등을 직접 인용하지 않는 이상 제가 즐기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옮깁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과 다르거나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류가 있을 시 알려 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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