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단 향이 피워내는 한 송이: 꽃의 모습

오사카 옥초당

by 혜하

오사카 옥초당 세 번째 리뷰입니다. 가게 소개는 첫 글, 시리즈 소개는 두 번째 글을 참조해 주세요!


1.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동양 살롱: 매서원

2. 부드러운 매움, 개운한 슬픔: 구름의 모습

3. 백단 향이 피워내는 한 송이: 꽃의 모습




《향기의 모습(香りの象)》시리즈에서 두 번째 리뷰입니다. 이번 꽃의 모습(花の象)은 침향이 주가 된 다른 다섯 가지 향기들과 달리 백단을 기본으로 하고, 침향이 첨가되어 향조를 만드는데요, 설명지에서도 백단의 청량한 기조를 살렸다고 하는 만큼 첫인상은 일단 시원합니다. 그리고 이전의 침향 시리즈와 달리 확실히 가뜬한 느낌이 있습니다.



EnGQDyTUUAIvEje.jpg 《향기의 모습》시리즈 중 꽃의 모습(花の象).


파스스하고 부드러운, 우유 같은 백단의 냄새. 저는 개인적으로 좋은 백단에서 우유 향 같은 것을 느끼곤 했던지라, 꽃의 모습(花の象)은 특유의 시원한 인상이 더해져 살얼음이 파삭하게 낀 시원하게 얼린 우유 같습니다.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 부드럽게 없어지는, 신선하고 향긋한 얼린 우유 있잖아요.


더불어서 느껴지는 것은 백단을 기조로 하는 향기에서 느껴지는 신선한 풀 다진 향기. 몽실거리는 꽃봉오리 같기도 하고, 풋풋하게 이슬 어린 새벽의 치자꽃 같기도 합니다. 더불어서 풍겨 오는 달콤함은 꽃 속에 잠들고 새벽 한기에 살짝 언 꿀 방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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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단은 침향과 비슷하게 고급 향의 중심이 되는 재료이지만, 가격대가 침향보다 저렴해서 조금 더 바탕 재료로 두루 쓰이는 편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좋은 백단, 잘 다룬 백단은 돋보이기 마련인데요, 꽃의 모습(花の象)을 피우면 그렇게 세심하게 만들어진 백단 향과, 백단 향이 품을 수 있는 개성, 짜임새, 향당이 추구하는 만듦새를 체험할 수 있는 듯해 기분이 좋습니다.


침향이 조금 배합되어 있다고 하는데, 침향은 윤곽을 잡는 슬쩍 달콤하고 중후한 부분을 맡고, 전반적으로는 시원하고 가벼운 인상으로 꽃 향기와 산뜻한 향기가 불과 함께 타들어가며 솔솔 풍겨 오고 있어요. 약간 서늘한 밤, 청량한 봄가을의 낮에 너무 무겁지 않고 화사하게 공간을 장식하기에 빠짐이 없는 향입니다.


균형이 잘 잡혀 있는 점도 칭찬할 만합니다. 꽃의 모습(花の象)에는 시원한 달콤함, 우유 같은 파스스함, 풋풋한 풀과 이슬의 향기 등이 빠짐없이, 그러나 어느 하나가 너무 강하지 않게 밸런스가 잡혀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래서 주장이 세기보다 은은하게 이 모든 향을, 공간 안에 퍼뜨리면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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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향을, 특징을 잘 살리면서, 그러나 이토록 한 덩어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배합해 낸다. 마치 겹겹이 싸인 꽃잎들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아름다운 꽃송이, 꽃의 모습을 만들어내듯, 이 향기는 백단 배합향이 피워 내는 꽃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그 모습은 청초하지만 화려함 가득한 히비스커스 겹꽃 같아요. 향을 피워 놓고 눈을 감으면, 다소 이국적인 옥초당의 향조가 새벽 이슬을 품고 폭신해 보이는 꽃잎 가득 달콤하고 화사하게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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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거진의 모든 리뷰는 주관적 감상이며, 가게 연혁 등을 직접 인용하지 않는 이상 제가 즐기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옮깁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과 다르거나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류가 있을 시 알려 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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