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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하 May 29. 2021

더위는 매해 돌아오고, 과실도 매해 익는다: 사이사이카

미나모토 킷초안


미나모토 킷초안(源吉兆庵). 


1946년에 창업하여 현재 일본 내 150여개, 해외에도 30여개의 점포를 두고 있는 전통과 명성 깊은 화과자 가게입니다.


화과자는 그때그때 계절의 느낌을 살리는 것이 중요해서, 제철 과일을 사용하고, 어떤 과자들은 나오는 시기도 정해져 있는데요, 


오늘 과자는 킷초안의 계절 한정 화과자로 비파 열매를 사용한 〈사이사이카 歳々果, 그리고 블루베리를 쓴 자줏빛 구슬 향기 紫珠の香 입니다.


우아한 포장지도 멋있습니다.


절기까지 정해져 있는 엄격한 계절 과자는 아니지만 각각 3월부터 8월, 4월부터 8월까지만 맛볼 수 있어요. 즉 봄여름 디저트지요.


화과자는 대부분 유통기한이 길지 않기 때문에 국내로 데려올 때 항상 제때 먹을 수 있을지를 신경쓰는데,사이사이카 歳々果자줏빛 구슬 향기 紫珠の香 는 과일 절임이 들어간 젤리 타입 과자여서 상대적으로 넉넉히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플레이트는 설우요 문지영 작가님 作


먼저 비파가 쓰인 사이사이카 歳々果. 빛을 받은 투명감이 예쁘고 신선한 과육이 비쳐 보여요. 스푼을 대면 부드럽게 부서져 내리듯 하는 한천 부분과 그 안에 달착지근하게 절여진 상큼한 비파 과육. 많이 달지 않고, 그런데 아주 안 달지도 않고, 향이 좋고 가벼운 것을 보니 여름 과자로 차갑게 내면 딱 좋을 듯합니다.


함께 마실 차로는 조금 뜬금없게도 냉침한 다즐링이 떠오릅니다. 더위가 한창 짙어지는 칠월 말과 팔월 초, 꽃 향기 가득한 다즐링을 냉장고에 하룻밤 담가 두었다가 잔에 얼음을 넉넉히 넣어 따라 내지요.


짤랑짤랑 얼음 부딪히는 소리가 나는 다즐링을 한 모금. 그리고 비파 향이 가득한 젤리를 한 입. 입안이 상큼한 향기로 가득 차는 그 순간만은 더위도 절로 가실 법한 그런 장면을 떠올리면 이 과자의 이름도 어쩐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계절은 매해 돌아오고,歳々(년년세세 할 때 그 '세세' 입니다.) 더위도 매해 찾아오며, 그리고 더위를 이기는 청량한 기쁨을 주는 이 과실도 매해 익는다.


킷초안의 다른 계절 과자들은 비교적 직관적인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사이사이카 歳々果 만은 더욱 시적인 이름이어서 생각을 부풀려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비파 열매에 단어와 관련된 구절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저는 찾지 못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 해석도 좋지 않나요?)



자줏빛 구슬 향기 紫珠の香 도 같은 타입으로 블루베리를 사용한 젤리입니다. 자주색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고귀한 빛깔인데, '구슬' 이라는 단어를 써서 블루베리 열매를 비유하니 더욱 고풍스럽게 느껴지는 이름이에요.


와풍(和風; 전통 일본풍)으로 빚어서 그럴까요, 머루 같은 느낌도 드는 블루베리 맛인데요, 역시 젤리 속에 달게 절인 블루베리 과육이 쏙쏙 들어가 있어 먹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비파에 비하면 단맛이 조금 더 강해서 여기에는 센차나 말차가 곁들여져도 좋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여기에 차갑게 나온 냉침 다즐링을 마실 수 있다면… 저는 다즐링을 택하겠어요.


달콤하다고는 했지만 자줏빛 구슬 향기 紫珠の香〉 역시 단맛과 산미의 균형이 잘 잡혀 상큼하고 깔끔한 인상을 줍니다. 입 안에 남는 맛은 상당히 진해서, 차도 진하기로 지지 않거나 부드럽게 어울리는 계열이 좋겠지요.






제가 생각하는 한창때(?)보다는 조금 이르게 접하게 되었지만, 오늘도 좋은 차와 함께 즐겁게 맛볼 수 있었습니다. 차에 대해서는 또 다음 리뷰에서 만나요. 




* 매거진의 모든 리뷰는 주관적 감상이며, 가게 연혁 등을 직접 인용하지 않는 이상 제가 즐기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옮깁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과 다르거나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류가 있을 시 알려 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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