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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하 Nov 15. 2021

너랑 차 한번 마시기 참 힘들다

손님 앞에서 가오 잡지 맙시다


한국에서 차를 마시기가 참 힘듭니다. 솔직히 그렇습니다.


차를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은 겁이 나고, 차에 갓 입문한 사람들은 내가 제대로 된 차를 마시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차는 멋있고도 부담스러운 것이라서 내가 아는 차는 현미녹차나 동서티백 메밀차밖에 없는데 차 마시는 사람들은 우아하게 뭔가 많이 알고 교양 있는 시간을 보낼 것 같지요


이런 인상에 한몫하는 이유들이 무엇이 있느냐 하면,


차문화 입문의 장벽들


사람들 태도가 그렇습니다. 별별 기준을 다 대서 이건 차가 아니고 저것도 차가 아니고 따지고 있으니 소비자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지요. 업계에서 무슨 말이 나오는지 소비자들이 모를까요? 함부로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는 누구나 눈치챕니다.


한국에서 차라고 하면 인사동이나 한옥촌에서 파는 전통차거나, 한복 입고 하는 전통 다례 체험입니다. 그게 아니면 우아한 금박 찍힌 앤틱 찻잔에 마시는 서양차이고, 차를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면…… 인스타그램에 나오는 고상한 찻집에서 6회 40만원짜리 프라이빗 클래스를 연다고 합니다. 특히 좋은 차를 알려면 그런 수업을 입문부터 고급까지 네 번은 들어야 한대요. 계절이 어쩌고 고급이 어쩌고 참 말도 많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어어 하고 뒷걸음질치기 딱 좋네요!


그러면서 하는 말은 이제 오설록에서 나오는 알록달록 선물세트 패키지는 차도 아닌 저질 물건이고, 좋은 차를 알고 배우지 않으면 속아서 산다느니 교양을 쌓을 수 없다느니. 이러면서 '요즘 사람들이 차를 마시지 않아서 걱정' 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표정이 좀 애매해집니다.

이 예쁜 패키지가 왜요?!



도대체가 왜 소비자를 깎아내리지 못해서 안달인지 모르겠습니다. 차를 모르면 좋은 차를 마실 자격이 없나요? 우리 차를 알아볼 만큼 '교양이 없는 손님' 은 대접하고 싶지 않나요? 차를 모르면 사기당하기 쉽다는데, 애초에 좋은 차를 엄선해서 소비자에게 속이지 않고 팔아야 하는 건 업계에서 할 일이 아닌가요?


여기서 잠시 소비자 여러분께 말씀드리건대, '차를 모르면 속기 쉽다' 는 이유로 비싼 티 클래스를 권하는 가게가 있다면 그쪽이 우리를 속이는 중일 가능성이 높으니 흥 하고 콧방귀나 뀌어 줍시다. 그리고 말하지요.



그거 좀 그냥 마시면 안 돼?



차가 무시무시한 것인 척 하지만 마음 편하게 마실 수 없다면 그 어떤 차도 좋은 차일 수가 없습니다. 왠지 모르는 게 부끄러운 것인 척, 자격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인 척, 불안한 심리를 파고들어 소위 귀한 곳에 누추한 사람 오신 듯 손님 앞에서 소위 '가오를 잡는' 가게들.


것이 차 마시기의 장벽입니다. 차문화의 장벽이고,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원하시는 차 시장이 커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손님을 겁줄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손님이 많아지기를 바랄 수 있을까요?


단기적으로는 이색 체험, 전통 체험, 트렌디한 가게에 방문하는 놀이처럼 손님몰이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해서 앞으로 백 년간 차 사업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까요?


이런 것은 이제 그만하지요. 그리고 따져 봅시다. 우리가 차 한 번 마시기 참 쉽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요.




이어지는 글


한국 차에 무슨 전통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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