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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하 Oct 19. 2021

가을 산이 불어오는 냄새: 산림간

일지(一枝)

요즘 바람이 시원해진 것을 부쩍 느끼시지요?


창문을 크게 열고, 바람이 느껴지면 이 향에 불을 붙입니다. 느긋하게 향기가 퍼지기를 기다리면서 마치 산꼭대기에서 바람을 맞듯 커다랗게 숨을 들이쉬세요.


그러면 불어 오는 가을 산의 냄새. 상쾌하고 청명한 공기 아래 어딘가 깊은 골짜기에서는 낙엽을 그러모아 태우고, 무럭무럭 피는 향기도 공중에 흩어져 드문드문한 구름과 잎을 물들여 가는 나무들이 뿜어내는 향에 섞입니다.


산림간(山林涧)은 그런 향입니다.





일지(一枝)는 2019년에 런칭한 한국의 향 전문 브랜드입니다. 일지 인센스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고, 서울 종로구에 오프라인 매장도 있습니다. 최근에 생긴 것 같지만 그 전부터 향을 체험하고, 배우고, 구매도 할 수 있는, 이루향서원(一如香書院)이 예전부터 있었고, 본격적으로 향과 향도구 상품들을 갖추어 브랜드가 출발한 것이 재작년입니다.

 

사진 : 이루향서원 홈페이지


제가 주로 소개드리는 선향 제품들 외에도 향목, 향목으로 된 악세서리, 본격적인 향도(香道)를 위한 도구들을 판매하고 있고, 선향의 종류도 간편하게 피울 수 있는 입문용부터 고급 라인까지 다양하게 갖추어 놓아서, 국내에서 향을 체계적으로 맛보고 싶다고 하면 일지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설명도 잘 해 주시고, 향도구를 실제로 구경하는 재미도 있으며, 궁금한 향은 직접 살짝씩 태워 주시기도 해요.



산림간(山林涧)은 일지의 향 제품들 중에서도 가볍게 태울 수 있는 생활 합향입니다. 합향, 그러니까 다양한 재료를 배합해서 만든 향으로, 침향, 훈육, 감송, 곽향, 목향이 들어갔다고 하네요.


산림은 산과 숲인데, 간(涧)은 무엇일까요? 사이 간(間)에 삼수변이 붙은 이 글자는 산골짜기에 흐르는 물을 뜻한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산 속에서 흐르는 물이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이 향의 쾌청함은 아마도 그런 물의 향기가 아닐까 해요.


그러면서도 높이높이 뻗어나가는 맑은 가을날의 향기. 구름 한 점 없거나 드문하여 공활한 가을 하늘, 젖은 낙엽들 사이로는 물이 흐르고 아직 가지에 무수히 붙어 있는 잎 사이로는 시원한 바람이 설렁설렁 불어나갑니다. 한 줄기 향으로 불러오는 가을 바람. 불어 오는 가을 산.



참, 산림간(山林涧)은 아무래도 큰 공간에서 시원하게 태울 때 가장 좋습니다. 너무 좁은 곳에서 가까이 들이마시면 자칫 낙엽 태우는 연기를 마셔 버리듯 매캐하게 느껴질 수 있거든요.


창을 열고, 거실을 이 향기로 가득 채우고, 세상에 가득한 푸르르고 울긋불긋한 가을을 느껴 봅시다.



* 매거진의 모든 리뷰는 주관적 감상이며, 가게 연혁 등을 직접 인용하지 않는 이상 제가 즐기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옮깁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과 다르거나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류가 있을 시 알려 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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