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훈옥당
7. 바람에 흔들리는 꽃노래를 들어라: 오하라의 코스모스
해가 먼 하늘에서 시원하게 빛나는 10월 초. 이런 때면 으레 길가에서도 코스모스를 볼 수가 있지요. 한두 송이도 반갑고, 산들거리는 모습이 커다란 들판이나 비탈에 분홍빛 물결을 만드는 모습은 장관이기까지 합니다.
오하라는 교토에서 버스로 한 시간을 좀 넘게 나가서 있는 근교 지역입니다. 보통 여행객들에게는 제법 먼 거리지만, 이끼 정원으로 유명한 산젠인(三千院)이며 건물 안에서 바깥을 바라볼 때 마치 액자처럼 보이는 풍경으로 이름난 호센인(宝泉院) 같은 사원들이 있어 그래도 제법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유명한 절들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것이, 오하라의 코스모스 들판. 사원만이 아니라 코스모스 밭 그 자체로도 무척 아름다워서 사진가들의 출사지로도 이름이 나 있습니다.
새파란 가을 하늘 아래, 그 하늘을 향해 꽃잎을 연 코스모스들은 바람이 불면 일제히 그 쪽으로 고개를 숙이며 쏴아아 하고 분홍빛 파도를 만들고, '들판에 가득 펼쳐져 흔들리는 맑고 달콤한 코스모스 향기' (공식 설명) 는 커다란 하늘 위로 높이높이 올라가 바람과 구름과 섞여 퍼져나갑니다.
시원한 가을, 코끝에 스치는 꽃 내음, 저기 멀리서 꽃들이 불어오는 노랫소리.
처음 오하라의 코스모스(大原のコスモス)를 피웠을 때는 생각보다도 짙은 향기에 조금 놀랐었는데요, 실제 오하라의 코스모스 밭을 보자 알게 되었습니다. 이 향은 집 안보다도 밖, 정말로 이런 아름다운 가을, 바깥에서 피워야 한다는 것을요. 이 코스모스 들판만큼이나 커다란 하늘에 울려야 하는 꽃들의 노래라는 것을요.
억지로 향을 맡으려고 하지도 않고, 가만히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다른 일을 하다가 고개를 들면 문득 코끝에 스치는 향기를 맡습니다. 그러면 눈앞에 그려지는 산들산들 코스모스 들판. 오하라의 코스모스(大原のコスモス)는 그런 향입니다.
집에서 창문을 다 열어 놓고 거실에 이 향을 피운 채 부엌일을 했습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코스모스 들판에서 그릇을 정리하는 것 같아 절로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예전에 제가 살던 집 앞에도 코스모스 밭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풀을 모두 뽑고 건물이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여름에는 금계국,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번갈아 피는 무척 아름다운 들판이었는데 아쉬운 마음이 컸지요. 유명한 사원에 비하면 가는 길일 뿐이지만 이렇게 정원이라고 이름붙여 보존한 코스모스 밭, 그리고 사원이 아닌 바로 이곳을 모티프로 만들어진 선향인 오하라의 코스모스(大原のコスモス).
한 번 이름을 지어 부르면 세상에는 그만큼의 의미가 새롭게 생긴다고 하던가요. 지역 구석구석을 세심하게 돌아보는 훈옥당의 눈썰미와 조향 또한 가을날 코스모스 밭처럼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