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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하 Jul 16. 2021

나는 방금 불을 붙였는데…?: 오토와의 폭포

교토 훈옥당

교토 훈옥당 시리즈 여번째 리뷰입니다.


1. 비 내리는 교토의 책방: 사카이마치 101

2. 안개 속에 감춘 싱그러움: 미야마의 연꽃

3. 파삭거리며 눈꽃 부서지는 소리 들리고: 키타노의 매화

4. 차거품에 반짝이는 윤슬: 우지의 말차

5. 비단에 그려진 연꽃 정원: 미무로토의 연꽃

6. 나는 방금 불을 붙였는데…?: 오토와의 폭포





물냄새가 나는데요. 이게 말이 되냐구요.


말이 됩니다.


훈옥당의 선향 시리즈, 오토와의 폭포(音羽の滝)는 그 유명한 키요미즈데라(清水寺;청수사)에서 흐르는 물줄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향이거든요.


제일 많이 보이는 '그 구도'


청수사, 그 이름도 맑은 물이 흐르는 절은, 우리에게는 사찰 이름으로 먼저 알려져 있지만 실은 그 '맑은 물(清水)' 이라는 이름부터가 이 오토와의 샘물, 오토와의 폭포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그 역사를 짐작해 볼 수 있겠습니다.


오토와의 폭포는 키요미즈데라 본당 아래에서 세 줄기의 샘물처럼 흘러 떨어지는데, 각각 학업, 연애, 건강에 효험이 있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폭포보다는 샘에 가깝고, 받아 마실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평소에는 사진처럼 깨끗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보다도 엄청나게 붐빕니다.


사진 : Motoharu Sumi


향에 불을 붙여 보면, 타고 있는 연기가 무색하게 물 냄새가 나요. 물에 젖은 돌멩이와 이끼와, 시원하고 깨끗한 물의 냄새. 이게 무엇인가 당황할 법도 한데 그저 깨끗하게 공간을 비워 주면서 여름에 청명하게 샘이 흐르듯 물 냄새가 허공에 퍼져 나갑니다. 항조는 당연하지만 깔끔하고, 꼭 공기중에 떠도는 먼지마저 차갑게 가라앉혀 줄 것 같아요. (물론 실제 선향은 미세먼지를 마구 만들어냅니다. 창문을 꼭 열고 피우세요!)


공식 홈페이지에서 설명을 보면 '히가시야마 서른 여섯 봉우리에 이어진 오토와 산의, 천 년간 마르지 않고 흘렀던 청량한 샘을 떠올리게 하는 향기' 라고 되어 있습니다. 좋은 산의 물은 물 냄새뿐만 아니라 산이 품고 있는 흙과 풀의 향긋한 향기, 청명하고 맑은 이슬과 갓 핀 꽃의 향기, 여름날의 바람 냄새를 담고 있겠지요.


오토와의 폭포(音羽の滝)도 그런 느낌입니다.


물만이 아닌 산과 바람의 냄새. 소나무 끝을 시원하게 쓸고 지나가는 푸른 바람과 청초한 야생화의 향, 낙엽에 젖은 비가 흙에 스며들어 풀을 자라게 하는 양분과 힘을 가지게 된 듯한, 퇴적을 넘은 달큰한 향기들이 하나의 물줄기 속에서 무궁무진하게 피어오릅니다.


천 년을 흐른 산과 바람을 품은 샘. 오토와의 폭포(音羽の滝)입니다.


 


* 매거진의 모든 리뷰는 주관적 감상이며, 가게 연혁 등을 직접 인용하지 않는 이상 제가 즐기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옮깁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과 다르거나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류가 있을 시 알려 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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