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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하 Jun 22. 2021

비단에 그려진 연꽃 정원: 미무로토의 연꽃

교토 훈옥당

교토 훈옥당 시리즈 다섯 번째 리뷰입니다.


1. 비 내리는 교토의 책방: 사카이마치 101

2. 안개 속에 감춘 싱그러움: 미야마의 연꽃

3. 파삭거리며 눈꽃 부서지는 소리 들리고: 키타노의 매화

4. 차거품에 반짝이는 윤슬: 우지의 말차

5. 비단에 그려진 연꽃 정원: 미무로토의 연꽃




미무로토의 연꽃(三室戸の蓮).


지난 회차에 소개드린 우지(宇治)시를 기억하시나요?


미무로토지(三室戸寺), 즉 미무로토 사는 1300년대에 창건된 우지의 고찰이자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사찰입니다. 4월이면 산을 따라 2만 그루에 달하는 진달래가 피고, 6월이면 경내에 수국이 만개합니다. 이어서 6월 말부터는 본당 앞 연못에 연꽃이 피어 우아한 장관이 된다고 해요.


사진 : 교토 관광 가이드에서 미무로토지.



미무로토의 연꽃(三室戸の蓮)은 이 연꽃 정원에서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이미지로 삼아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조용한 아침, 바람에 흔들려 하늘로 꽃잎을 여는 연꽃 정원.


이 향기는 비교적 가까이서 주의를 기울여 들어야 면면이 자세히 드러납니다. 마치 꽃이 피는 순간을 세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놓치는 것처럼.


향을 들으면서, 미무로토의 연꽃을 떠올려 봅니다. 이 연꽃은 물기에 젖어 있지는 않아요. 그보다 훨씬 우아합니다. 꽃잎도 크고, 풍성하고, 열린 잎 안에는 빛을 가득 안고 있습니다.



미야마의 연꽃은 야생에서 홀로 피는 백련의 청초함이 드러났는데 미무로토의 연꽃 쪽은 보다 달고 차분합니다. 또한 만개한 모습으로, '아름답게 핀 연꽃' 하면 모두가 그릴 법한 이상적인 이미지이네요. 비단결 같다고 해야 할까요. 비단에 채색한 불화에 그려질 법한 연꽃, 연회에서 채화로 만들 법한 연꽃.


오래된 목조 건물의 기둥 너머로 그림처럼 고요하게 핀, 그러나 분명히 생생한 빛깔의 그런 꽃. 이 꽃을 직접 가서 들여다보고 잎에 손이 닿을 수 있다는 것은 꿈만 같아도, 연꽃이 피는 유월이면 언제나 맞이할 수 있는 풍경일 겁니다.



* 매거진의 모든 리뷰는 주관적 감상이며, 가게 연혁 등을 직접 인용하지 않는 이상 제가 즐기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옮깁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과 다르거나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류가 있을 시 알려 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 직접 찍은 사진 외 인용되는 사진은 브랜드 공식 페이지에 게재되어 있거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 라이선스에 해당하는 저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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