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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하 Jun 01. 2021

파삭거리며 눈꽃 부서지는 소리 들리고: 키타노의 매화

교토 훈옥당


교토 훈옥당 시리즈 번째 리뷰입니다.


1. 비 내리는 교토의 책방: 사카이마치 101

2. 안개 속에 감춘 싱그러움: 미야마의 연꽃

3. 파삭거리며 눈꽃 부서지는 소리 들리고: 키타노의 매화





1,500여 그루의 매화가 경내에 가득 핀다는 매화 정원이 유명한 교토의 신사, 키타노텐만구(北野天満宮). 학문의 신을 모시는 것으로도 이름나, 입시 시즌이면 수험생들의 발걸음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하지요.


키타노의 매화(北野の紅梅) 이 키타노텐만구 신사에서 피는 홍매화를 모티프로 삼고 있습니다.


사진 : 이마미야 야스히로


설경 속 붉은 매화꽃, 홍매화가 유명한데다 실제 이름도 '키타노의 홍매' 이니 '키타노의 매화' 라고 해야겠지만……. 그냥 '매화' 라고 할 때의 간결함을 버릴 수 없었어요. 실제 경내에는 사진의 홍매부터 더욱 짙은 자줏빛을 띠는 흑매, 보통 매화 하면 떠올리는 흰 매화까지 다양하게 있다는 모양이니 각자 좋아하는 매화를 떠올립시다.


향을 태워 봅니다. 얇은 설탕 막이나 얼음을 부수듯 파삭파삭하는 질감 함께 달콤하고 선명한 꽃 향기, 청량하고 시원한 인상이 하나의 향연에 실려 피어오릅니다.



향료는 다양한 면면을 동시에 가진 것들 많습니다. 백단은 달기도 하며 차갑기도 하고, 침향은 깊숙하고 달콤한데 맵기도 하지요. 이렇게 재료 하나만 해도 여러 면모가 있는데, 향료들을 조합해서 만드는 향이 띨 수 있는 바리에이션은 그야말로 천변만화이겠지요. 향기가 다채로울 수밖에 없지만, 설명을 하려면 간단치 않습니다. 얼핏 생각하기에 상반되는 특징들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그 향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이 때 이미지가 힘을 발휘합니다.  향은 키타노의 매화. 차갑고 달고 선연하고 바삭거리는 이 향기는 눈 속에서 피어나는 붉은 홍매의 달콤한 향기, 얼어붙은 눈 결정 아래 꽃잎이 피면서 파삭파삭 눈꽃 부서지는 소리입니다.


사진 : Patrick Vierthaler


이렇게 키타노텐만구의 설경을 생각하면 키타노의 매화(北野の紅梅)가 어떤 풍경을 떠올려 만들었는지 금방 알 수 있지요. 설명지에도 '엷게 쌓인 눈 속에서 피매화를 떠올리게 하는 고결한 향기' 라고 하니, 제법 같은 심상을 공유하고 있네요.




향이 제법 강합니다. 향 접시를 멀리 두고 자리에 앉아 눈을 감으면 어둠 속에서도 알 수 있는 매화 향기(暗香)가 흘러듭니다.



* 매거진의 모든 리뷰는 주관적 감상이며, 가게 연혁 등을 직접 인용하지 않는 이상 제가 즐기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옮깁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과 다르거나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류가 있을 시 알려 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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