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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하 Jul 10. 2021

전나무 숲 속 긴 여름 휴가: 관적침향

다향정


다향정 두 번째 리뷰입니다. 가게 소개는 자운침향 편을 참조해 주세요.


1. 마음을 달래는 포근한 구름: 자운침향

2. 전나무 숲 속 긴 여름 휴가: 관적침향






관적침향(觀寂沈香).


라벨 색깔과 비슷하게, 서늘한 느낌을 주는 자단목과 침향을 배합한 향입니다. 자운침향에 비하면 고요하고 섬세한 느낌이 강합니다. 마치 강철로 된 현을 세심하고 가느다랗게 키는 현악기 같네요.


관적(觀寂)이라 함은 고요함을 관조한다는 뜻입니다. 불교에서 관(觀)은 세상의 번뇌를 꿰뚫어보는 지혜이자 삼매로 도달하는 수행법이라 하고, 적(寂)은 호흡을 다스려 생각을 멈추는 순간의 고요함입니다. 


번뇌 없는 고요한 세상을 뚫어보는 지혜. 그 순간을 위한 침향이라는 것인데요,



첫인상은 흰 연기가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군불 향입니다. 소나무 장작을 쓴 연기를 닮은 송연향이랄까요. 여기에 이어지는 것은 달콤한 침향을 써늘하게 누르는 시원한 자단 향. 달고, 그런데 서늘하고, 속이 뿌듯하게 더워지는 시원함이라니 무척 한국적인 향입니다. 보통 우리가 '시원하다' 라고 할 때의 그 느낌과 닮은, 깨끗하게 내려가는 시원함이랄까요.


이번에도 다향정 향은 순해서 가까이서 들이마셔도 전혀 매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슴 깊이 나무의 냄새가 배어드는 삼림욕 기분이에요. 서늘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전나무 숲을 산책하고, 숲 속 오두막에서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족욕. 몸을 풀어 주는 건강한 프로그램을 세트 메뉴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바쁜 세상에서 이틀로는 주말이 짧지요. 이런 숲, 이런 적정(寂靜)에 잠겨 세상 시름을 잊는 데는 일주일쯤은 되는 긴 휴가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아침에 눈을 뜨면 짙은 녹음이 머리맡을 덮어 눈이 부시지 않게 부드럽게 깨우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는 동안 나무는 나이테를 조금 더 두껍게 만들어 갑니다. 반딧불이 나는 밤과 풀벌레 우는 소리 들리는 심야, 어둡고 고요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시끄럽게 생동감 넘치는 숲.


다망(多忙)한 세상에서 눈을 감으면 찾아오는 한 줄기 고요,


정적을 바라본다. 관적침향(觀寂沈香)입니다.


지법(止法)을 닦으면 마음이 조복되고
마음이 조복되면 탐욕을 여의나니
탐욕을 여읜 이는 해탈을 증득하며
해탈을 얻은 이는 마음이 평등하리.

관법(觀法)을 닦으면 지혜가 밝아지며
지혜가 맑으면 어리석음 멸하리.
어리석음 멸하면 해탈을 증득하고
해탈을 증득하면 마음이 평등하리.

-본사경(本事經) 中




* 매거진의 모든 리뷰는 주관적 감상이며, 가게 연혁 등을 직접 인용하지 않는 이상 제가 즐기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옮깁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과 다르거나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류가 있을 시 알려 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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