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하나다. 우리가 그토록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모두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것은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 ‘지금, 이 순간’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늘이는 아빠의 존재를 그리워하며 자랐다. 그렇게 작은 아이가 ‘아빠의 품에 안겨 있는 또래 친구’를 보고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을 자주 목격해야 했다. 급기야 테이블이 나란히 붙어 있는 칼국수 집에선 또래 아이의 아버지 곁으로 다가가기도 했다. 그럴 때면 아이를 품으로 데려와 한참을 다독여야 했다. 모두가 하늘이를 위해 노력했지만, 아빠라는 존재가 있어 주어야 할 자리를 완벽하게 채워줄 수는 없었다.
'아빠'라는 단어를 배우고도 아빠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의 부재가 하늘이의 정체성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했다. 상황을 이해하기에도 아이는 어렸기에 당분간 ‘아빠가 비행기를 타고 멀리 미국에서 일하고 있다.’라고 아이를 이해시켰다. 아이는 본능처럼 기억에도 없는 아빠를 그리워하며 곧잘 울음을 터트렸다.
Monstera 님의 사진, 출처: Pexels
나는 아이가 아빠를 보고 싶어 할 때마다, 어딘가에서 아이를 그리워할 아빠를 대신해 아빠의 마음을 전해주었다. 볼 수 없다고 해서, 함께 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리움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없는 것도 아니다. 내면 깊숙한 곳에 숨겨둔 그리움은 그 안에서 살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으로 보이지 않으니까…
최대한 아이의 내면에서 아빠의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아빠와 함께했던 아기, 하늘이의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었다.
“하늘아, 아빠도 하늘이가 엄청나게 보고 싶을 거야! 엄마는 하늘이를 매일 볼 수 있어서 이렇게 행복한데 아빠도 참 안됐다, 그렇지?하늘이처럼 이렇게 울고 있는 것 아냐?? 둘 다 울보네? 엄마만 빼고~ 엄마만 씩씩하네~!”
“하늘아, 아빠가 얼마나 웃겼는지 알아?! 하늘이 백일 사진 찍으러 스튜디오에 갔을 때, 우리가 너를 안고 들어가니까, 사진 찍어주는 선생님들이 막 우리 앞으로 모이는 거야! 그리고는 말이지~ 하늘이를 딱 보는 순간!!! 엄청나게 놀라는 거야~!!”
“왜? 왜? 엄마, 왜 놀랐는데???”
“있잖아!! 하늘이가 너무 예뻐서!! 거기에 있던 사람들이 다 같이~ 우와~!! 아기가 정말 예쁘네요!! 아버님! 정말 좋으시겠어요! 성공하셨네요!라고 말했다??”
“엄마! 왜? 왜? 성공했다고 말했는데?”
“아기가 무척 예쁘다고~, 하늘이가 너무 예뻐서 사람들이 아빠 보고 성공했다고 한 거야~!
슈퍼에 가면 계산하시는 분들도 하늘이 보고 인형 같다고 하면서~ 아빠한테 좋으시겠네요??
라고 했어~ 그랬더니 아빠 표정이 어땠는지 알아?”
“어땠는데?? 아빠, 어땠어???”
“얼마나 좋아하던지~! 어깨를 으쓱하더니, 싱글벙글하면서 너를 보고 까꿍! 까꿍! 하면서 뽀뽀하고 아주 난리였어~”
하늘이는 몇 번이고 들어도 질리지 않을 그 이야기를 들을 때면 금세 기분이 좋아져서는
“엄마, 또 해줘!! 아빠 얘기 또 해줘!!”를 반복했다.
나는 하늘이가 아빠와 보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생각나는 모든 것들을 곰탕 우려먹듯이 계속 우려먹었다.
사랑하는 내 아이가 마음속에 아빠의 마음을 담고 살아가길 바란다. 그 존재가 현실에서는 얼마간은 공석일지라도 하늘이의 마음속에서는 사랑으로 빛나기를 바란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으로 흐려지는 아이의 두 눈이 기쁨으로 차오르는 것이 행복했다. 그리고, 아빠의 부재가 우리의 삶을 불행하지 않게 하리라는 것을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