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보고 계속올랐지 정상까지 많은시련은 보란듯이 I always win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건 생각보다 복합적인 감정이다.
단순히 ‘내 가수가 좋아요 ‘를 넘어선 그들의 도전과 성장의 대서사시를 함께하는 느낌이랄까.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끊임없이 성장한 아이돌. 그 대서사시를 캐럿들과 함께 만들었다는 것.
그게 바로 세븐틴의 가장 큰 매력이다.
MAMA 대상만 해도 그렇다. 일반적인 아이돌들의 최전성기는 보통 3-4년 차다. 그즈음 대상을 받고 그룹 활동의 최정점을 찍은 후, 멤버별로 연기도 하고 싱글 앨범도 내고 조금씩 개인활동을 늘려나가고, 또 다 같이 팀 앨범도 내며 몇 년을 보내다 재계약 시즌이 되면 몇 명은 현 소속사에 남고 몇 명은 자신에게 맞는 소속사를 찾아 떠난다. 그 시기가 바로 마의 7년이다. 최근엔 소속사를 이동해도 팀활동은 같이하는 그룹들이 많아졌지만 현실적으로 흩어지면 팀보다는 개인이 먼저가 되기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아이돌들이 10대 후반에 데뷔해 계약기간이 끝날 때쯤은 20대 중후반이 된다. 일반인들도 학교를 떠나 각자의 인생을 찾는 나이. 그들이 각자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각자의 길을 찾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팬들은 서운할 수밖에 없다. 도전과 성장만큼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걸 ‘함께’한다는 데에 있다. 팬들은 그들이 “함께” 성장하는데에서 더 큰 감동을 느낀다. 그들 사이의 관계 또한 팬들에게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무조건 팀을 우선하라고 강요하는 건 애정이라는 이름의 폭력이다. 이건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하는 문제도 아니고,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존중받아 마땅한 개인의 선택이다. 세븐틴이라는 팀은 그저 팀으로 함께하기로 한 선택을 한 것이고 그 선택은 캐럿들을 더 행복하게, 더 뿌듯하게 했을 뿐이다.
그 마의 7년을 넘어 함께 8년 차에 세븐틴은 대상을 받았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세븐틴의 대상 스토리가 담긴 MAMA 영상은 볼 때마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첫 대상을 받던 해에 우지가 “이 노래는 이 MAMA의 엔딩송이다”라고 하며 '손오공'이라는 노래를 끝낼 때 가슴이 뭉클했고, 대상 수상 소감에서 ”처음부터 손가락질 많이 받던 그룹이었습니다. “할 때 같이 눈물이 났다. 세븐틴이 주는 서사의 감동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계속 성장해서 차근차근 정상까지 올라왔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함께' 계속 나아간다는 것.
올해 10월 발매된 미니 12집 앨범 자켓에는 캐럿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장면이 하나 있다. 속초에서 13명이 모여서, "우리 나중에 누가 변하면, 여기 와서 빠뜨리자"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10년 차가 된 지금 바닷가에 같은 순서로 앉아 그날을 재현한다. 콘서트에서는 "캐럿들 미안해요. 난 변했어요. 사람이 어떻게 안 변해요."라며 몇 명씩 바닷가에 빠지는 연출을 보여준다. 고양콘에서 갑자기 우린 변했다며 모두 무대 밑으로 사라져 버린 순간, 연출인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모두 어? 하며 당황하던 내 옆에 있던 캐럿들을 잊을 수 없다. 당황한 캐럿들에게 다시 등장해 "우린 어디 가지 않아요. 함께해 줄 거죠"라고 마무리하고, 노래를 시작하며 감동 속에서도 위트를 잊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람이 같은 일을 10년 정도 하면 매너리즘에도 빠지고 조금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일반 직장인도 그런데 아이돌이라고 뭐 그렇게 다를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건 똑같은데. 꾸준히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고, 해외 활동을 하고 고 또 그 과정에 있어서 성장을 보여주고. 때론 실패도 하고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고. '10년 차에도 칼군무 아이돌. 와 대단하다.' 실은 이 평가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10년 차라고 대충 해도 되는 건 원래 어디에도 없다. 10년 차 직장인이 10년 차라고 일 대충 하면 회사에서 고과를 잘 못 받을 테고, 더 심해지면 해고를 당한다. 아니 용케 잘리지 않더라도 아래위로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월급 루팡 소리나 들으며 근근이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10년 차에도 열심히 하는 세븐틴은 아주 당연한 그 정석의 길을 가고 있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른 나이에 맛본 성공의 맛에 쉽게 풀어지고 느슨해지고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사람들 덕에 당연하게 늘 최선을 다 해온 그들이 더 빛나고 주목받는다.
얼마 전 고잉세븐틴 ep. 119 고잉제작기 편에는 설레취(설마 레슨 취소) 에피소드가 나온다. 10년 차 정상급 아이돌에게 연습 취소가 이렇게 설렐 일인가 싶으면서도, 또 한 번 반해버렸다. 그 정도 위치면 연습 정도는 본인들이 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런 적 처음이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지금까지 그들을 이끌어 온 성장 동력은 역시나 성실함이 맞았다.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 그리고 '세븐틴'이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단체생활의 규칙을 지켜가는 것. 말로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참 어려운 일들을 계속해가고 있는 그들이 있어, 캐럿은 오늘도 참 행복하다.
학생일 땐 등교만 해도 주변에 있던 그 친구들이 한 달에 한두 번 보는 사이가 되고, 1년에 한 번 만나면 절친이라고 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또 어느샌가 경조사가 있어야만 만날 수 있는 그런 시기가 온다. 나는 고잉세븐틴을 볼 때 가끔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느낀다. 서른 즈음이 된 열 세명의 남자들이, 서로만 보면 10대 중반쯤으로 회귀하여 무장해제되는 모습을 보면 나에게도 있었던 소중한 그 시절이 그립다. 그러니까 이건 어제 본 콘텐츠를 다음날 아침 학교에서 얘기하는 게 당연하던 시절. 점심시간에 교실 티브이로 크게 틀어두고 모두 꺄악 꺄악 까마귀가 되었다가, 5분짜리 영상으로 2시간은 충분히 떠들 수 있는 창조경제를 만들어 내던 그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고잉이 너무 웃긴데… 이젠 말할 데가 없다…
세븐틴이 아주 오래도록 지금처럼 13명이서 함께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건 현실에서 일어나기 불가능한 우정 판타지에 대한 로망이다. 나는 세븐틴이 앞으로 계속 행복하게 음악을 하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 보다 더 많은 캐럿들의 추억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시절 내 학창시절을 가득 채웠던 그 오빠들이 20-30대를 거쳐오며 친 수 많은 사건/사고들로 내 학창시절의 추억은 슬프게도 많이 삭제당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