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럿생일. 평캐를 다짐했다.

가족까진 아니어도 친척쯤은 되는 사이

by 혜정

캐럿 생일? 평캐?

일반 사람들이 들으면 이게 뭔가 할 얘기다.

팬덤에게 생일이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멤버들의 생일이 페스티벌 같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캐럿 생일도 같은 맥락이다. 캐럿 생일도 하나의 페스티벌이고 하나의 콘텐츠다.

대부분의 캐럿 라이프를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남편이지만, 캐럿 '생일'이라는 것의 의미는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물론 '너네가 다 팬이 된 시점이 다른데 그게 무슨 생일이냐고 그 또한 상술'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논리적으로 반박할 말은 없다. 하나하나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인 건 사실이다. 그런데 말이다. 원래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아끼는 그런 마음엔 논리 같은 건 없는 거다. 마음은 이성이 아닌 감성의 영역이다. 그러니까 뭐랄까 거대한 ‘캐럿‘이라는 존재가 있고, 캐럿이 태어난 날은 그대로인데… 캐럿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그 존재가 점점 벌크 업되는 것 같은 거랄까… 아무튼 논리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아니 이건 시작부터 논리적일 수가 없는 거다.


그 옛날 1, 2세대 아이돌의 팬덤 이름엔 가수의 이름이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Club H.O.T가 그랬고, fan g.o.d.가 그랬고 신화창조가 그랬다. 그리고 그보다 강력한 의미를 가지는 건 ‘풍선색’이었다. 옛날 사람인 나는 풍선을 보면 자연스레 그 그룹이 떠오른다. 풍선색이 너무 중요해던 그때 후배 그룹이 동일한 색을 선택하면 공격을 받기 일쑤였고, 그래서 펄(pearl)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동방신기 카시오페아의 풍선색은 ’펄레드‘이고, 슈퍼주니어 엘프의 풍선색은 ‘펄사파이어블루’이다. 이 풍선의 시대를 지나 응원봉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팬덤의 이름은 보다 다양해졌고, 팬덤의 생일도 생겼다.


이 변화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요즘 시대의 아이돌과 팬덤 [관계성]에서 온 것이 아닐까 싶다. 과거의 아이돌과 팬덤이 일방향에 가까웠다면 소통의 창구가 넘쳐나는 요즘 아이돌들은 그 어느 때보다 팬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관계를 맺고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대상의 구체화가 필요하다. 그 시작점에 있는 것이 바로 ‘이름 붙이기’다.


그러니까 이건 마치 김춘수 시인의 ‘꽃‘ 같은 거다. 문학시간으로 돌아가 시에 대입해 보자면,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불특정 다수의 팬덤은 ‘세븐틴’이 ‘캐럿’이라고 이름을 불러주기 시작하면서부터, ‘캐럿’이라는 존재는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드디어 이 된 ‘캐럿‘은 세븐틴을 외치며 열렬한 지지자가 되어 서로의 꽃이 되었고, 서로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있다. 문학 시간에 이렇게 수업하시는 선생님 계실 것 같은데… 아무튼 여러모로 너무 좋은 시다.


그렇게 이름을 붙이고, 생일도 챙기고 팬덤은 점점 구체화된다. 세븐틴의 팬덤인 ‘캐럿‘의 생일은 2월 14일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016년 2월 14일 열렸던 앵콜 콘서트 현장에서 세븐틴이 팬덤명인 ‘캐럿‘을 발표했고, [처음 ’캐럿’이라고 불리게 된 날 = 캐럿생일]이 된 것이다. 덧붙이자면 캐럿(CARAT)은 세븐틴 노래 중 Shining Diamaond 가사 중 ‘흉내 낼 수 없는 SEVENTEEN CARAT’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늦덕이라 캐럿이라는 팬덤명을 먼저 접하고 난 뒤 Shining Diamaond를 듣고 나중에야 이 히스토리를 알게 되었지만, 그 당시부터 함께해 온 팬들에겐 의미가 더욱더 큰 날이었을 것이다.


캐럿들은 그래서 생일이 되면 늘 기대를 한다. 멤버들의 서프라이즈나, 아니면 라이브라던가. 오랜 시간 동안 늘 바쁜 스케줄에도 투어에도 늘 캐럿 생일은 잊지 않고 지켜준 세븐틴이었다. 그리고 데뷔 10주년을 맞은 올해 캐럿 생일엔 너무 소중한 생일 선물을 받았다.


[동그라미]라는 캐럿들을 위한 노래.


팬송(fan song) 자체가 아이돌 산업에서 굉장히 특별하다거나 새로운 것은 아니다. 또 세븐틴에게도 팬송이 이 곡이 처음인 것도 아니다. 다만, 나에게 이 노래가 더욱 특별했던 건, 내가 ‘캐럿’이 되어 받은 첫 팬송이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옛날 일이긴 하지만 어릴 때 지오디 팬이었던 친구들이 하늘색 풍선을 자랑스러워할 때, 난 그 노래가 그렇게 부러웠다. 너무 직관적이고 예쁜 가사. '파란 하늘 하늘색 풍선은 우리 맘 속에 영원할 거야.' 하늘색 풍선을 흔들던 팬들의 마음이 그들에게 닿은 그 노랫말이 좋았다. 그러던 내가 동그라미를 통해서 몇십 년 만에 드디어 팬지오디를 부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동그라미 by SEVENTEEN

눈을 감으면 떠올라 사소한 우리의 얘기
사진처럼 맘에 남겨진 추억 글씨체 버릇 습관 모두
달력의 숫자는 어느새 어색해 보일 정도로
아주 금방 지나간듯해
즐거운 시간이었나 봐
손끝으로 조심스레 그려놓은 동그라미
그날들이 나의 하루에 너를
얼마나 울게 만들었는지 몰라
갑작스럽게 표현하기 좀 그래도
꼭 이번 동그라미에선 말하고 싶었어
많이 고마웠다고

손끝으로 조심스레 그려놓은 동그라미
그날들이 너의 하루에 나를
얼마나 웃게 만들었는지 몰라
갑작스럽게 표현하기 좀 그래도
꼭 이번 동그라미에선 말하고 싶었어
많이 사랑한다고


우리가 늘 기다리는 그날이 그들도 기다리는 날이었다는 걸 말해주는 예쁜 가사. 캐럿 생일이 달력에 동그라미 그려두는 특별한 날이라는 의미. 본인들을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팬들의 그 마음들에 감사해하는 아이돌. 이 정도면 우리 꽤 훌륭한 관계 아닐까? ‘표현하긴 좀 그래도 꼭 이번 동그라미에선 말하고 싶었어 많이 사랑한다고.‘라는 가사. 무뚝뚝한 경상도인의 DNA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조금은 투박해 보이는 이 가사가 유달리 마음에 와닿았다.


그리고 캐럿 생일에 맞춰 해외 투어 중에도 라이브를 찾아와 준 멤버들. 10년 차라 그런 건지, 뭔가 세븐틴도 성장하지만, 캐럿들도 우리 함께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고, 성장하자는 느낌이 가득한 생일 파티였다.

이제 ‘아이돌 키우기'같은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 아니라, 같은 길드에서 MMORPG 게임을 하는 느낌이랄까. 오래오래 나도 너도 우리 함께 행복하자는 마음이 가득 느껴지는 2025년 캐럿이 해야 할 일까지.

캐럿생일에 만든 2025년 캐럿들이 해야할 일.

얼마 전 원우가 입대를 앞두고 마지막 라이브에서 ‘세븐틴이 가족이니까, 우린 친척으로 껴주라 ‘라는 캐럿의 말에 ‘당연하지. 우리 친척 동생, 누나, 형들 안녕.‘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치 일 년에 3-4번 만나고 서로 응원하고 생일 챙겨주고 이 정도면 친척일만 하지. 친척 얘기한 캐럿 위트 최고다 정말.

우리 이렇게 재밌고 행복하게 평생 캐럿해요. 캐럿 생일에 다짐해 보는 평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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