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아내분의 요리는 일품이었다. 나라면 가족 중 누군가가 이 정도로 요리를 잘해주면 조금 마음에 안 차는 부분이 있더라도 고마울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그에게 전하지 않았다. 대신 아내분께 정성껏 준비해 주신 요리에 감동했다고 감사를 전했다. 푸짐한 탄수화물, 지방과 단백질은 나를 동물성의 인간에서 신성의 인간으로 서서히 돌아오게 했다. 그사이 톨스토이는 내가 꽤 고기를 잘 먹는다는 것과 러시아의 전통 음식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 잘 먹으니 여기서 한 달간 머물며 대화를 더 나누다 가라는 진담 섞인 농도 건넸다. 결식아동들을 후원하고 있어서 그 아이들에게 기부할 돈을 벌려면 다시 한국으로 가야 한다는 나의 말을 듣고 이미 후식까지 다 먹은 내게 기특해서 메인 디쉬 한 접시 더 먹어도 되겠다는 농담까지 했다. 창 틈으로 석양이 운치 있게 스며들어 왔다. 톨스토이는 이맘때 하늘이 칠하는 노을의 색상을 팔레트에 담을 수 있다면 자신도 유명한 화가가 될 거라고 말했다. 그에게 당신의 팔레트에는 물감 대신 이 세상을 묘사할 수 있는 단어들이 충분하지 않냐고 칭찬했다. 이렇게 우리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배도 꺼트릴 겸 어두워진 밤하늘을 산책하러 나갔다.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마을이어서 그런지 밤하늘 별이 가득했다. 아내분께서 꺼내주신 폭신한 외투 덕에 내 얼굴 부분만 동그랗게 밤바람에 드러났다. 볼까지 붉어졌다. 흡사 러시아 전통 인형인 페트로슈카 같았다. 톨스토이에게 오늘처럼 별이 쏟아질 듯한 하늘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었다. 그는 인간도 저 별을 닮으려고 노력해서 진리와 사랑으로 빛나는 마음을 갖길 기도한다고 했다. 그는 내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나는 우선 이렇게 별이 잘 보이는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고, 누군가 힘들거나 지쳤을 때 저 별빛이 그들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는 뭔가 자신은 세상을 다그치고 싶고 맞서려고 하는데 나는 세상을 갓 낳은 알처럼 조심히 품는 어미닭 같다고 했다. 나는 서로 만들어가는 길의 모습은 다르지만 그 끝에는 모두 세상에 사랑이 더 가득해지면 좋겠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제대로 세상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은지 물었다. 나는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이 더 진실한 사랑에 가깝다고 그에게 말했다. 이 점에서 그에게 세상의 질타를 받아가면서도 사랑을 낮은 곳으로 흘려주고 있으니 그 사랑은 오래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대신 나와 가까운 이에게 나와 같은 수준의 주는 사랑을 기대하는 순간 그 기대가 좌절되면 상대에게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주변에게 사랑을 줄 것을 강요하기보다 그저 자신 스스로 사랑을 지속하고 타인에게는 본으로서 사랑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아내분께서 그가 집필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가정생활에서 공헌이 크다는 것을 오늘의 음식과 외투를 꺼내주시는 세심함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사랑하는 것을 곁에 두는 것보다 위대한 것은 곁에 있는 것을 사랑하는 것이다'는 자신이 젊은 날 말했던 적 있는 글귀를 들려주며 내게 다시 젊은 날의 순수성을 일으켜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오늘은 아내에게 자신도 감사를 전해야겠다고 말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잘 준비를 마치고 침실로 마련해 주신 작은 방에 가보니 러시아 창문 치고는 조금 넉넉한 시야로 하늘이 보였다.
손가락으로 별과 별 사이를 이어 밤하늘에 문장을 썼다.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는 사랑으로 산다. ',
'사랑은 무엇으로 자라는가. 사랑은 사랑을 주는 것으로부터 자란다.',
'무엇이 사랑을 주는가. 받을 사랑 생각 없이 그저 사랑을 주는 재미를 아는 이가 사랑을 준다.'
까지 쓰고 나니 더 이상 창에 쓸 칸이 부족해서 혼잣말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사랑 주는 재미를 아는 자, 그 안에 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