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
엄마는 잘 못 버리는 사람이다. 이사를 앞두고 많은 물건을 버려야 해서 무얼 버릴까 뭐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가 30년 간 보관해 온 나의 탯줄을 보게 되었다. 엄마도 한 번도 꺼내본 적 없는 그 탯줄은 까맣고 아주 조그맣게 말려있었다. 괜히 배꼽이 간지럽고 기분도 묘했다.
태어날 때 손목과 발목에 걸어둔 나의 인식표도 있었다. 신생아 때 입은 배냇저고리, 양말, 속싸개도, 엄마가 직접 떠 준 분홍색 원피스도, 중학교, 고등학교 교복도 엄마는 모두 보관하고 있었다. 그걸 보는 엄마의 표정에서 자신만이 기억하는 너무 소중한 어린 딸을 향한 깊은 애정이 묻어나서 마음이 아렸다. 이사하는 김에 쓸모없는 건 모두 버리라고 했지만 그 물건들을 보는 순간 그동안 버리지 않은 엄마의 마음이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내 기억 속의 우리 집은 화목하기보단 갈등도 많고 불안정한 가족이었다. 지금도 이건 나의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다. 그런데 그 오래 고이 간직해온 어린 나의 물건들을 보니 내가 얼마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 었는지 깨달았다. 서른이 넘은 지금도 깊은 애정과 헌신, 사려 깊은 보살핌 속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도. 엄마가 준 크나큰 사랑을 나는 영영 발끝만큼도 헤아리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엄마 집에 가서 하루 종일 재밌게 놀고 돌아와 요가 수련을 마치고, 남편과 나란히 앉아 ‘삶을 사랑하기’를 주제로 명상을 했다.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며 몸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 후 마음속에 공간을 만들고, “지금 내 삶에서 감사한 것은?” 이란 질문을 떨어뜨린다. 고요해진 마음 위로 떠오른 건 오늘 하루 가족과 함께 마음이 따뜻해지던 시간이었다. 황당한 순간이 많았던 정신없는 한 주를 보냈지만 지금 이 순간 이런 여유가 내게 잠깐 주어진 것에도 감사했다. 나의 가족을 자신의 가족처럼 열린 마음으로 대해주고, 나로 하여금 가족을 사랑하는 일에 용기를 낼 수 있게 해 주는 남편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