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째 여름을 맞이하며
서른의 절반을 살았다. 매일같이 들쑥날쑥하던 마음이 웬일로 균형을 조금씩 찾아가는, 그런 여름을 보내고 있다. 서른이 된다는 것에 잠깐 기분이 이상했던 적도 있는데 막상 되어보니 생각보다 꽤 편하고 만족스럽다. 현재가 완벽하다기보다는 지나온 시간을 굳이 다시 겪고 싶지가 않다. 정신없이 울고 미친 듯이 기뻐하던 뜨겁고 자극적인 날들 대신 밍밍하지만 담백하고 속 편한 지금이 좋다.
무엇보다 나를 조금은 더 알게 되었다.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꾸역꾸역 억지로 하느라 에너지를 허비하는 일이 줄었다.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보내는데 쓴다. 물론 아직도 이것저것 새롭게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그런 새로운 관심사들이 예전보다는 나의 근원으로부터 덜 동떨어진 것들이라고 느낀다.
생의 여정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 분명하고, 여전히 긴 평균수명은 날 두렵게 하지만 지금처럼만이라면 어찌어찌 잘 지나갈 거란 생각을 해본다.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라 그런가, 모처럼 덜 부정적인 여름날, 오늘의 생각.
2020년 여름의 혜인으로부터.
무덥고 비가 많이 내리던 그 해 여름을 보내고, 가을과 겨울을 거쳐 다시 봄이 왔는데도 다행히 크게 달라지지 않은 마음이다. 밍밍하고 담백한 순간에 만족할 수 있어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생각해버릴 수 있어서, 나는 요즘의 내가 예전보다는 훨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