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 밍밍하지만 담백한 지금이 좋아

서른 번째 여름을 맞이하며

by 혜인



서른의 절반을 살았다. 매일같이 들쑥날쑥하던 마음이 웬일로 균형을 조금씩 찾아가는, 그런 여름을 보내고 있다. 서른이 된다는 것에 잠깐 기분이 이상했던 적도 있는데 막상 되어보니 생각보다 꽤 편하고 만족스럽다. 현재가 완벽하다기보다는 지나온 시간을 굳이 다시 겪고 싶지가 않다. 정신없이 울고 미친 듯이 기뻐하던 뜨겁고 자극적인 날들 대신 밍밍하지만 담백하고 속 편한 지금이 좋다.


무엇보다 나를 조금은 더 알게 되었다.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꾸역꾸역 억지로 하느라 에너지를 허비하는 일이 줄었다.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보내는데 쓴다. 물론 아직도 이것저것 새롭게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그런 새로운 관심사들이 예전보다는 나의 근원으로부터 덜 동떨어진 것들이라고 느낀다.


생의 여정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 분명하고, 여전히 긴 평균수명은 날 두렵게 하지만 지금처럼만이라면 어찌어찌 잘 지나갈 거란 생각을 해본다.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라 그런가, 모처럼 덜 부정적인 여름날, 오늘의 생각.




2020년 여름의 혜인으로부터.


무덥고 비가 많이 내리던 그 해 여름을 보내고, 가을과 겨울을 거쳐 다시 봄이 왔는데도 다행히 크게 달라지지 않은 마음이다. 밍밍하고 담백한 순간에 만족할 수 있어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생각해버릴 수 있어서, 나는 요즘의 내가 예전보다는 훨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