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9. 독후감 말고 ‘독전감’

<월든> 그리고 <티벳 사자의 서>

by 혜인




상심할 만한 일이 있었고,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라 속이 좀 쓰린 하루였다. 불안하구나, 짜증이 나는구나 감정을 살펴보려는 시도를 그래도 해보았다. 남편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감정이 무너지며 어리광을 피웠지만.


어제, 오늘 산 책을 두 권이 내 마음을 달래준다. 쉽지 않은 책이라 다 읽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책을 읽고 남기는 독후감이 아니라 이 책들이 어떤 인연으로 내게 왔는지 적어보는 ‘독전감’ 이다.



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세상에 이런 일이>에 여든이 넘은 나이에 산동네에 살며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신문 배달을 하시는 할아버지가 나온 적이 있다. 본인도 산동네 작은 방에 거주하시면서, 신문 배달로 번 한 달 20만 원 남짓한 돈을 남을 돕는데 쓰고, 음악과 책을 벗 삼아 살며 “일하는 것은 아름답다” 말하시던 할아버지의 총명하고 충만한 눈빛과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취재진에게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꼭 읽어야 한다고 역설하셔서 언젠가 저 책을 읽겠노라 생각했었다.


늘 그렇듯 생각이 흐지부지해졌고, 시간이 지나 올해 속초 여행 휴게소의 화장실 칸에서 문 안에 붙어 있는 <월든>의 한 구절을 읽었다. 그리고 속초에 도착해 간 카페 루루흐에서 그 책을 드디어 만났었다. 솔직히 재미가 없기도 했고 토리를 동반한 여행이라 몇 장 읽다가 말았는데, 유나랑 통화를 하다가 유나가 그 책을 읽었다고 먼저 이야기를 꺼내 주었다. 명서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운명이다 싶어 드디어 내게로 왔다. 나에겐 자급자족에 가까워지는 삶, 소비와 물질에서 탈피하는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이 있다. <월든>이 그 마음의 간극을 줄여줄 수 있는 실마리가 될지 기대해본다.





2: 파드마 삼바바 <티벳 사자의 서>

작년 이맘때 회현동의 피크닉 전시, <명상: Mindfulness>를 재미있게 관람했었다. 명상에 관심이 막 생기기 시작했던 때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죽음과 함께하는 삶> 에서 알게된 티베트 종교의 ‘바르도(bardo)’ 라는 개념. 죽음을 생각하는 겸허한 삶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작년에 써두었던 관람 후기인데, 이때 <티벳 사자의 서>를 처음 듣고 무섭기도 하면서 궁금하기도 했다.


멀리서 늘 응원하고 싶은 아름 선생님 인스타그램에서 <티벳 사자의 서> 스터디를 하신 내용을 보았고, 최근 요가 지도자 과정에서의 배움과 맞닿은 부분이 있다고 느껴졌다. 의식의 흐름은 나를 유튜브 강의와 6년 전 지대넓얕 팟캐스트로 이끌었고, 오늘 내친김에 책 까지 사 왔다.


“죽음의 순간에 단 한 번 듣는 것만으로도 영원한 해탈에 이른다는 티벳 최고의 경전” 표지에 쓰여 있는 글. 아, 작년부터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이별과 유한함을 떠올리며 무력감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 이 책을 만나려고 그랬던 것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