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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Jul 05. 2021

채사장 <열한 계단>

<지대넓얕> <늬우스룸>, 채사장에 뒤늦게 입덕하다



작년 피크닉 전시와 요가 선생님 피드에서 본 <티벳 사자의 서>에 대한 궁금증이 나를 2015년의 지대넓얕 팟캐스트로 이끌었다. 이내 지대넓얕과 늬우스룸을 출퇴근 길 내내 듣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이 책 <열한 계단>까지 읽게 되었다. 직장 생활에서 큰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또 한차례 많이 지쳐있는 요즘, 나에게 흥미를 주는 대상이 있어 참 다행이라 생각했고, 새로움에 마음이 설렜다.


무슨 책을 읽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불편한 책 읽기’를 권하며 시작되는 책은, 자신감 없고 하루하루 그저 살아가던 저자를 흔들어 깨운 불편한 지식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가 지나온 열한 계단의 불편한 지식들을 함께 오르며 먼저는 나의 편협함에 반성했다. 많은 부분에서 좋고 싫음,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 확실한 편이라는 이유로, 나는 싫어하는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모른 척하며 살아왔다. 불편함을 기꺼이 새로운 모험과 여행으로 받아들이라는 채사장의 제안에 뜨끔했던 건 그래서였다.


사실 반성보다 더 크게 찾아온 감정은 위로였다. 몇 년 전부터 답을 찾고 있는 ‘나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같은 고민을 한 사람이 있다는 건 큰 위안이 되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와 스스로의 모순에 힘들어하고, 삶의 의미와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갖는 또 하나의 사람이 있으며, 그가 독서와 사유라는 방법으로 그 길을 먼저 잘 닦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나의 고민이 아주 쓸모없진 않았구나 하고.


정말 신기했던 건 최근에 마음 깊이 담아둔 여러 가르침과 배움의 내용과 맞닿아있는 부분이 많았던 것. 돌아온 삶을 반추해보고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관찰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발 디딘 곳, 내 삶과 운명을 수용하는 일 역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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