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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Dec 09. 2018

프로젝트 409: 작은 신혼집 인테리어 기록 <2>거실

대화와 소통이 가장 잘 어울리는 편안한 공간 


실평수 59㎡ 인 우리 집 평면도. 평수 대비 구조가 훌륭하고 천장이 높지만 주방과 거실이 좁다. 





0. 우리에게 거실이란  

집의 모든 '방' 은 그 이름에서 역할이 분명히 드러난다. 침실은 잠을 자는 방, 서재는 책을 읽는 방, 주방은 요리를 하는 곳, 드레스룸은 옷을 보관하는 방, 욕실은 씻는 곳. 그런데 거실은 단어 그 자체로는 딱 한 가지로 정의 내리기 어렵다. 즉, 우리만의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공간이다. 사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곳이자, 무얼 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밥을 먹을 수도 있고, 낮잠을 잘 수도 있고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해도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우리 거실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무엇보다 대화와 소통이기를 바랐다. 

오빠에게 어떤 거실을 꿈꾸는 지를 묻자, 비슷한 답변이 돌아왔다.  "나에게 거실은 부부가 모든 것을 나누는 공간이야. 침대를 제외하고 집에서 가장 편안한 가구인 소파가 있는 곳이기도 해. 서로의 하루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눌 수 있는 그 편안한 공간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되새기고 싶어" 

우리의 거실엔 그렇게 '대화와 소통이 가장 잘 어울리는 편안한 공간'이라는 미션이 주어진다. 



0. 거실 before & after 


before 

after 



before 

after 





1. 커튼 혹은 블라인드 

안과 밖을 연결해주는 가장 큰 창은 거실에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거실 커튼과 블라인드는 집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창을 통해 들어오는 가장 많은 양의 빛과 바람을 대응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독 커튼이냐 블라인드냐는 쉽지 않은 고민이었다. 


사실 나는 무조건 커튼을 외쳤는데, 커튼은 일단 정말 예쁘고 또 스타일링에 용이해서다. 조금만 신경 쓰면 계절과 기분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패브릭이라는 특성 때문에 가격, 소재, 디자인에 있어 선택의 폭이 엄청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국 블라인드를 선택했는데, 우리 집의 가장 큰 단점인 짧은 동간 간격 때문이다. 건너편 아파트가 다행히 복도식 구조라 두 집의 거실이 마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이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시선은 막아주면서도 빛은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블라인드가 우리 집엔 훨씬 적합했다. 

사선으로 들어오는 빛은 블라인드만의 매력.


예쁜 커튼은 포기했지만 대신에 우리 집과 잘 어울리는 화이트 오동나무 소재의 블라인드를 골랐다. 우드 소재의 블라인드라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저렴해 보이지 않아 만족스럽다. 자유자재로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으면서 앞동으로부터의 시선도 차단할 수 있어 블라인드를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사선으로 퍼지는 빛도 매력적이다. 그렇지만 언젠가 시야가 뻥 뚫린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면 그때는 거실에 커튼을 설치해 계절마다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다. 





2. 소파와 TV, 거실의 가장 중요한 두 오브제. 


소파와 TV 없는 거실 

언젠가는 꿈 꾼 적 있는 소파와 티비가 없는 서재형 거실 (출처:pinterest)


소파와 TV가 없는 거실을 잠깐 꿈꾼 적도 있었다. 흔히 서재형 거실, 카페 같은 거실이라고 부르는 큰 테이블이 가운데에 있고, 책장으로 둘러 쌓인 공간. 하지만 2년간의 자취 경험 끝에 내린 결론은 저런 멋진 공간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직장인인 우리에게는 퇴근하자마자 지친 몸을 뉘일 소파는 꼭 필요했다.  '대화와 소통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 이 되려면 일단 몸과 마음의 편안함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파를 고르는 기준 

소파 컬러를 많이 고민했는데 주방의 mutto 팬던트등과 어우러지는 다크 그레이 컬러로 골랐다.

소파야말로 실용성보다는 예쁜 것을 택한 우리 집의 대표적 가구다. 소파 구입의 선택은 패브릭 Vs 가죽의 소재 고르기부터 시작한다. 더러워지거나 흘리면 쓱 닦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가 편하고, 또 좋은 가죽으로 만든 소파는 수명이 길기에 꼭 가죽으로 하리라 생각했던 나였는데, 고민을 하면 할수록 패브릭 쪽으로 마음이 갔다. 가죽이 따라갈 수 없는 포근한 패브릭만의 느낌 때문이었다. "뭐라도 흘리면 어쩌려고 해!" 엄마의 잔소리가 두려웠지만 거실에서 가장 덩어리가 큰 가구인 소파를 내 맘에 들지 않는 걸로 고르면 사는 내내 눈이 밟힐 것만 같았다. 


(출처:비아인키노 홈페이지)

몇몇 브랜드 쇼룸을 방문하고 우리가 선택한 소파는 비아인키노(WEI EIN KINO)의 투투소파(Twotwo sofa). 등받이가 낮고 팔걸이가 직각으로 떨어지는 형태라 불편할 거라는 편견을 갖고 쇼룸에 방문했다가 기대 이상으로 편해 놀랐다. 

TV를 보기보다는 대화하는 일이 많은 우리에게 투투소파는 양 끝에 비스듬히 기대어 마주 보기에 아주 적합했다. 거실 사이즈에 맞게 실제 판매되는 제품보다 폭을 20cm 정도 줄여 주문 제작을 했고, 그럼에도 넉넉한 길이감이라 누워서 빈둥거리기에도 참 좋다. 무릎에 쿠션 하나 탁 올려놓고 컴퓨터 하기에도 딱이라, 지금도 이 소파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소파는 물론 가구도 소품도 몽땅 사고 싶었던 곳. 일층의 서점도 좋았다. @비아인키노 쇼룸


TV를 고르는 기준 

고등학생 때부터 TV 없는 생활에 익숙해진 나는 끝까지 TV를 사지 말자고 주장했다. TV를 잘 보지도 않을뿐더러, 검은색 바보상자가 떡 하니 거실에 자리를 차지하는 게 보기 싫게 느껴졌다. 하지만, 오빠는 게임을 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내던진 타협점은 "사야 한다면 반드시 serif TV로 살 것"이었는데 때마침 셰리프 TV가 생산 단종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충동구매를 하게 된다.  


40인치밖에 안 되는 무려 2년 전에 출시된 단종 직전의 구형을 구입하는데 그렇게 큰돈을 지불하는, 실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 건 우리가 TV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TV 사용 시간이 길지 않은 우리는 TV가,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집의 분위기와 자연스레 어우러졌으면' 했다.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가 만든 가구 같은 가전으로 눈에 거슬리지 않는 셰리프 TV는 현존하는 가장 예쁜 텔레비전이라고 생각한다. 무얼 올려놔도 참 예쁘다. 

무얼 올려놓아도 예쁜데, 아르네야콥슨의 시계가 꼭 제자리같다. 

예쁜 것 말고 셰리프 TV의 또 다른 큰 강점은 무엇보다 '언제든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리저리 기분에 따라 가구 배치를 달리 하는 것만으로도 큰 리프레쉬가 된다. 내 공간을 내 의지에 따라 변경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건 참 감사하고 또 소중한 재미다. 언젠가는 소파를 창문 쪽으로 돌려보고 싶고, 테이블도 거실 중앙에 놓아 보고 싶다. 하지만 TV가 한쪽 벽에 붙어있으면 그 재미난 자유를 꽤 많이 잃게 된다. 언제 어디로든 옮길 수 있는 셰리프 TV의 네 다리가 너무 좋다. 


물론 가성비가 떨어지는 제품인 만큼, 단점도 크다. 최신 TV와 비교해 화질이 아쉽고, 2년 전 제품이기 때문에 인터페이스가 느리다. 그리고 벽걸이보다는 깔끔한 선정리가 어렵다는 것도 단점. 하지만 예쁘고 자주 사용하지 않으니 다 참을 수 있다. 절대로 TV는 싫다던 내가 가끔 같이 닌텐도 게임도 하고, 요가 영상을 따라 하며 혼자 몸을 풀기도 하는 걸 보면 참 알다가도 모를 인생이다.  





3. 비스듬한 시선이 주는 편안함, 원형 테이블  

식사는 물론, 훌륭한 작업 공간이 되기도 하는 테이블. 

주방이 좁은 탓에 우리 집 다이닝 테이블은 거실에 두기로 했다. 좁고 긴 확장형 구조의 거실이라 다행히 테이블을 놓아도 집이 답답해 보이진 않는다. 간단한 아침 식사나 간식은 주방의 아일랜드 테이블을 이용하고, 제대로 차려먹는 밥은 꼭 거실의 테이블에서 먹는다. 식사는 물론, 커피와 랩탑만 있으면 카페에서 작업하는 기분도 낼 수 있다. 

보는 순간 빠져버린 리노 트라이앵클 테이블 @오블리크테이블 쇼룸

사실 원형 테이블은 단점이 많다. 벽에 착 붙여 쓸 수 없어 공간 활용도도 떨어지고, 같은 사이즈의 사각 테이블 대비 상판 면적이 좁다. 하지만 원형 테이블을 선택한 건 '비스듬한 시선이 주는 편안함' 때문이다. 마주 보는 것도 좋지만 그 간격을 조금만 비틀어 비스듬히 앉았을 때 한결 가까우면서도 편안해지는 그 느낌이 모든 단점을 제쳤다. 둥글한 테이블의 모양 자체가 거실 분위기를 한결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집에서의 첫 요리다운 요리였던 봉골레 파스타. 

친환경 소재이면서도 관리가 쉬운 리놀륨 테이블로 인기가 있는 오블리크 테이블(Oblique table)에는 여러 사이즈의 제품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작은 거실에 맞게 너무 크지 않은 Lino Triangle table을 구매했다. 여러 가지 오묘한 색깔 중에서 우리가 고른 색은 빛에 따라 아이보리색 같기도, 연그레이 같기도 한 머쉬룸 컬러. 관리가 쉽다 해도 밝은 상판은 부담스러운 건 사실인데, 그래도 무언가 올려놓고 사진을 찍기에 너무 좋아서 대만족이다. 

머쉬룸 컬러의 상판은 어떤 소품이든 올려두고 찍기에 딱이다. 


별도로 구입한 TON체어도 테이블과 잘 어울려 좋다. 



요즘은 실내 가드닝의 재미에 빠져 여러 식물을 거실에서 기르고 있다. 덕분에 집은 조금 복잡해졌지만 각 식물의 특성을 고려하며 이리저리 식물을 재배치하는 것도 거실에서 경험하는 새로운 즐거움이라 여기며 살고 있다. 좋아하는 가구와 소품, 그리고 식물로 채운 가장 편안한 이 공간에서 우리 부부가 앞으로 나누게 될 수 많은 대화가 기대된다. 언젠가 이 집을 떠나게 된다면 소중한 거실에서 보낸 시간과 대화들이 참 많이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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