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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Oct 05. 2021

31년 만에 바로 서기



자세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어릴 때부터 수도 없이 들어왔는데, 정확히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모른 채 그냥 살아왔다. 그러다 지난달에서야, 요가 수련 때 선생님의 핸즈온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 아사나를 할 때는 물론이고 평상시에서 허벅지 힘을 거의 쓰지 않고 있었던 것.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인 일이지만 마음 한 켠에는 후회와 부끄러움의 감정이 올라왔다. 나의 지나간 시간들은 무엇이었을까.


알아차리긴 했어도, 이제 와서 바로 선다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30년 넘도록 습이 되어버린 편안한 자세에서 벗어나 의식적으로 똑바로 서려면 온 정신과 몸을 집중해야 한다. 무리 없이 할 줄 안다고 생각했던 아사나들도 처음부터 다시 제대로 밟아나가야 한다. 올여름, 무엇이든 기초부터 제대로 하자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그럼에도 좀 시무룩하다. 얼기설기 탑을 쌓다가 부수고 다시 짓는 느낌.


그래도, 지금부터라도 변화할 수 있으니 감사한 마음. 양치할 때, 머리 말릴 때 잠깐이라도 바로 서있으려고 애를 써본다. 사소한 무신경함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듯, 작은 애씀이 모여 언젠가는 더 괜찮은 내가 되겠지. 요즘 “Be the best version of you”라는 말이 와닿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다른 누군가가 될 수는 없지만, 가장 나은 버전의 내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애쓸 가치는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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