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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Dec 09. 2021

쓸모없는 글쓰기를 권합니다.

유달리 예민하고 뾰족한, 나와 닮은 당신에게



기질적으로 뾰족하고 민감도가 높아서 누군가에겐 아무렇지 않을  있는 매일의 일상이 나는 자주 버겁다. 현실 사회의 부조리가 너무 크게 다가와 괴롭고, 그러면서 가진 것을  움켜쥐고 놓지 못하는 나의 모순도 우습다. 적당히 무신경하고 대체로 즐거울  있는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애써 만든 마음의 집이 상태가 좋지 않을  물이 새고,  번도 겪지 못한 일에는 곧잘 무너지곤 한다. 계속 정비하고 가꾸다 보면 마음의 집은  단단해지고 커질까?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것과 같은 여정은 결국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걸까? 한걸음을 힘겹게 오르는 이는  길이 없으니 누군가 멀리서 내가 산의 어느 중턱 즈음에 있는지를 주면 좋으련만.


부침이 심할 때면 메모장을 붙잡고 글을 쓰게 된다. 사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보이지 않는 이런 마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낸 경험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떼를 쓰듯 넋두리하는 글을 적는다. 성찰도 아니고 공감도 전하기 어려운 무용한 글을 적어내려가면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쓸모는 없지만 나를 위한 시간.


거기 누군가 유달리 뾰족하고 예민한 사람이 있다면, 당신만 괴로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당신에게도 자신을 위한 쓸모없는 글쓰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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