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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Jan 24. 2022

이제, 아메리칸 드림 대신 <유러피안 드림>

제레미 리프킨, <유러피안 드림> 을 읽고


‘서양’ 이라는 말로 퉁치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도 너무나 다른 미국과 유럽. 그 다름의 기원과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고, 케케묵은 ‘아메리칸 드림’ 대신 이제는 ‘유러피안 드림’ 이 앞으로의 강력한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는 책. 벌써 20여년 전의 책이라 IT혁명, 미 금융위기와 브렉시트 등의 굵직한 사건을 담아내진 못했지만 여전히 유효한 시사점이 많다.


미국인인 저자는 아메리칸 드림의 굳센 두 가지 뿌리가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신앙’ 과 근면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미국식 ‘근로 윤리’ 라 분석한다. 하지만 사실상 계급이 고착화되며 기회의 땅은 옛 말이 되자, 소비와 복권으로 즉각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경향이 짙어지며 미국식 근로윤리는 무너지고 있다고. 개천용을 위해 온 가족이 희생했고, 나와 다음 세대를 위해 밤낮없이 일했었지만, 이제는 비트코인과 부동산 투기에 열광하는 한국의 역사와 많이 닮아있다고 느꼈다.


EU 단순한 경제공동체 정도로만 이해했었는데, EU 이념을 넘어 화합할  있다는 인류애적 믿음 가지고 출범된 새로운 네트워크 공동체였다. 민주주의와 사형집행 금지가 엄격한 가입 조건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았다. 국경과 민족을 초월한 공동체 태동의 배경은 오랜 세월 얼룩진 역사적 경험으로부터의 배움이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이제야 제도적 개선이 되고 있는 근로 시간 문제와 여성 인권뿐 아니라, 아직도 논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동물권,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해서도 이미 90년대 초에 EU헌법에 들어가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30여년 전에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숙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합의할 수 있었던 문화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점은 대단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력히 추천한 책이라는데, 얼마나 부러운 마음에서, 또 한편으로는 희망을 안고 책을 정독했을지 그 마음을 조심히 헤아려본다.


나라의 대선을 앞둔 시점에, 아직도 진영 논리와 네거티브에 머물러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정말 아쉽다. 각자의 꼬리표를 떼어내고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문제들- 너무나 심각한 세대, 젠더 갈등이 많은데, 언제까지 이렇게 똑같을지. 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하지만 대부분 아무런 관심도 경각심도 없는) 기후 위기 문제야말로 유러피안 드림에서 힌트를 얻어 풀어나가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유럽에 대한 다소 과한 예찬은 조금 불편하지만, 2022년의 대한민국에서 생각해볼거리를 많이 던져준 <유러피안 드림>. 지금의 시점에서 바라본 저자의 시선도 궁금해서 개정판이 나와도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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