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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Mar 04. 2022

차와 함께한 첫겨울을 지나며

나의 보이차 입문기


11월부터 매일 보이숙차를 마셨으니 올해 겨울을 차와 함께 잘 보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뜨거운 음료를 잘 마시지 못했는데. 어느새부턴가 슬슬 차가운 음료를 피하게 되고, 성격 급한 내가 이제 차를 다 마시다니, 신기한 변화다.


긴 하루를 마치고 잠들기 전 밤 10시에 가지는 찻자리. 그 차 한 잔으로부터 비로소 회사와 일로부터 분리되는 것 같았다. 퇴근 시간이나, 집에 막 들어왔을 때도 몸에 남아있는 상기된 느낌이 그제야 가라앉는 기분이고, 이것이 차를 계속 찾게 되는 가장 큰 이유였다. 물론 차를 마시다 보면 어느새 몸속까지 따뜻해지고, 소화도 정말 잘 되는 이점도 있다. (차맛은 잘 모른다)


나는 무엇을 하든 장비병과 욕심이 앞서는 편인데, 요가에 있어서는 좀 달랐다. 요가를 시작한 지 3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나의 매트를 구입했다. 그건 초반의 과한 열정과 욕심에 쉽게 지쳐버릴까 두려워서였다. 그만큼 처음에 멋모르고 달리다 금세 질려버린 것들이 많았고, 요가만큼은 정말 그렇게 되지 않고 오래 함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차를 대하는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눈이 휘둥그레 돌아가는 차와 차도구 앞에서, “오래오래 천천히”를 되뇌며 들뜨는 마음을 가라앉혀왔다. 왜인지 모르지만 차는 요가처럼 소중히 대하고 싶었다. 감사하게도 처음부터 부담 없이 차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신 차 선생님을 만난 덕분이기도 했다.


그런 마음이기에, 여름에도 매일 차를 마시게 된다면 그때 자사호를 사고 싶었다. 그런데 마음이 바뀌었다. 여러 가지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고, 차와 함께 겨울을  보낸 기념으로 내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그렇게 내게   자사호. 유명한 작가 차호도, 아주 비싼 차호도 아니지만 섬세한 지도 아래, 꼼꼼하게  맛을 비교해보고 선택된 아이다. (‘자니라서 이름은 Johnny!) 며칠 써보니, 혀가 민감하지 않은 내가 느끼기에도 한결 풍성하게 차를 우려 준다.


여전히 봄과 여름에도 계속해서 차를 마시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따뜻하고 무더운 계절, 차와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해서는 경험해보고 또 정리해봐야지. 차와 함께 보낸 첫 계절을 지나며,


이번 겨울 함께한 차

지유 소타차 - 부지년산차 - 03홍대파달숙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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