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채식이란 하루 세 번의 능동적 실천
2021년 1월, 컨셉진 86호, <당신은 어떤 시도를 하고 싶나요?>에 짤막하게 실린 글. 매거진에는 지면에 맞게 짧게 잘렸는데, 아쉬운 마음에 제출했던 긴 원문을 아래에 기록해본다.
올봄부터 처음으로 채식을 시작했어요. 삼십 년간 치킨과 삼겹살을 즐겨 먹던 제게는 인생의 큰 시도였습니다. 개고기엔 눈살을 찌푸리면서, 소고기를 보면 군침이 도는 스스로의 모순에 늘 흐린 눈을 하고 살아왔거든요. 작년 연말에 ‘10억을 받는 대신 고기를 못 먹어야 한다면?’이라는 상상을 친구들과 해본 적이 있는데, 그때도 저는 돈을 포기하겠다고 대답할 만큼 채식은 제게 절대 실현 불가능할 거라 믿었던 영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반년이 넘게 실천하고 있네요. 채식이라는 문을 열고, 팬데믹과 함께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져 단출하게나마 요리를 하기 시작한 것도 연결된 시도예요. 고기가 아니면 무얼 먹고살아야 하나 싶었는데 의외로 저의 식탁은 훨씬 다채로워졌어요. 대단한 것 같지만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게 채식 생활을 합니다. 하루 세 번 동물권과 환경, 먹거리에 대한 능동적인 실천을 하는 기분으로요. 자연스레 생활의 관심 영역도 보다 사회적인 것으로 넓어졌고, 최근에는 유기견 가족을 입양하기도 했어요. 채식이라는 2020년의 시도가, 제 남은 일상에 또 어떤 연결된 시도로 이어질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