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고기 킬러’ 였던 내가 채식을 하다니
30년간 고기를 아무 생각 없이 먹다 못해 너무나 좋아해 왔다. 공장식 축산에 대해선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흐린 눈으로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일단 너무 좋아했고,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나고 건강하다는 무조건적인 믿음 때문이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0억을 주는 대신 평생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면 할 수 있겠냐는 얘기를 친구들과 나눴을 때도 나는 못한다고 답했다. 동물이 불쌍한 것보다 내가 맛있고 건강한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느닷없는 채식 지향의 시작은 다큐 <The game changers>였다. 채식을 하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보디빌더, 운동선수들을 보았다. 그것도 건강과 기록 경신을 위해,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공고히 사실이라 믿어온 힘과 건강의 원천으로서의 육식에 대한 신화가 깨진 계기였다. 이후 나름대로 여러 정보를 찾아봤는데, 채식과 건강에 대한 정말 많은 논란이 있어 혼란에 빠졌다. 이윽고 내린 결론은 채소를 많이 먹는 건 좋은 일이니까, 건강을 위해 육식을 줄여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8-90% 정도 채식 지향의 일상을 두 달째 이어오고 있다가, 지난주 황윤 감독의 <잡식 가족의 딜레마> 다큐멘터리를 보고 바로 이어서 그녀가 쓴 책 <사랑할까 먹을까>를 접했다. 흐린 눈으로 외면하던 공장식 축산과 동물권, 마주하고 싶지 않았지만 용기를 내어 마주했다. 그리고 채식 지향의 보다 강력한 두 번째 동기가 생겼다. 끔찍한 삶을 살다가 도축되고야 마는 그 동물들의 정신적 신체적 고통이 결국 최종적으로 내 몸에 축적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간편하고 값싸게 먹은 고기의 대가를 치르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몸이라는 지적이 가장 충격으로 와 닿았다.
다큐 <잡식 가족의 딜레마>는 전통적 돼지 농장과 공장식 축산의 비교를 통해, 그리고 아기 돼지 ‘돈수’ 와의 교감을 통해 문제제기와 경각심을 주었다. 책 <사랑할까 먹을까>는 여기에 더해 육식 이데올로기, 육식으로 인한 심각한 환경오염, 단백질 신화, 나아가 여성 동물의 인권까지 더 깊이 있게 다룬다. ‘잡식 가족’의 딜레마에 이어 ‘잡식 사회’ 딜레마’를 슬기롭고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까지 제시한다. 작가는 공장식 축산의 실태를 알고 채식의 삶을 실천하며, 동물권과 채식 선택권의 확대를 위한 법 제정과 강연에 힘쓰고 있다. 다큐멘터리와 책은 어떤 강요도 맹신도 없이 온화하고 따뜻하며, 생각할 거리가 무척 많지만 이상에만 머무르지 않아 정말 좋다.
아직도 나의 인스타그램 어딘가에는 스테이크나 삼겹살, 치킨 사진이 있고, 30년간 내가 너무 고기를 좋아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지만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는 할 수 있는 선에서 채식 지향의 삶을 실천하고자 한다.
“고기와 생명 사이에 끊어졌던 연결이 회복되면서, 나는 수십 년간 나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았던 매트릭스로부터 빠져나왔다. 매트릭스가 보이지 않았을 때 나는 그 안에 갇혀 있었지만, 이제 매트리스는 뚜렷이 보이게 됐고 이제부터 시스템이 강요하는 삶이 아닌 내가 바라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삶의 스위치를 바꿨다. 단절에서 연결로, 차별에서 공감으로.” -<사랑할까 먹을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