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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Nov 28. 2022

꿈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꿈을 통해 하는 바라봄의 연습


이번 달부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차를 마시면서 꿈을 적어보기 시작했다.


신기한 게 일단 적기 시작하면 정신이 약간 잠든 것 같은 몽롱한 상태가 되면서 꿈의 디테일들이 생생하게 기억나고, 기억에서 사라졌던 꿈도 어느새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초등학생 때부터 꿈을 자주 꿨다. 하루에 2-3개까지 기억나는 날도 있었다. 그럴 땐 등굣길 내내 친구들에게 꿈 이야기를 하곤 했다. 어린 날의 꿈은 참 황당하고 버라이어티 했는데 어른이 되고부터는 꿈도 일상과 사고와 발맞춰 단조로워졌다.


꿈의 내용이 회사나 일상의 이상한 변주로 반복되고 나서는 꿈에 영 흥미를 잃었던 것 같다. 늘 잠이 부족하고 피곤하기에 꿈 안 꾸고 푹 좀 자보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아왔다.


얼마 전 요가 수련이 끝나고 차담 시간에 꿈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마침 그날 요가원 가는 길 내내 지대넓얕 ‘꿈 - 프로이트’ 편을 들었었다.) 선생님은 꿈꾸는 일이 기대된다고 말하셨다. 꿈에 대해 늘 부정이던 나의 생각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계기였고, 그 이후로 매일 아침 꿈을 적는 일이 더 재밌어졌다.


나는 여전히 꿈에서 주로 초조하고 불안하며, 어떤 사건들에 끌려다닌다. 꿈에서 깨어있지 못하고, 어떤 메시지나 암시를 찾은 적도 없다. 그런 것을 기대하지도 않고. 다만 이전에는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중심으로 꿈을 복기했다면, 이제는 꿈에서의 내 감정 상태를 떠올리려 한다. 하나의 바라봄의 행위로써 - 현실에서도 좋은 습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밤엔 어떤 꿈을 꾸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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