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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Nov 24. 2022

아니 에르노 <세월> 을 읽고

모두의 삶과 각자의 삶이 함께 뒤엉키며 흘러가는 것이 '세월'일까

“모든 장면들은 사라질 것이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아니 에르노의 <세월>.


책을 읽는 내내 기록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다 채우지도 못할 일기장을 사는 연말이라는 시점과 겹쳐서일까, 어쩌면 생의 모든 순간 순간을 있는 힘껏 열렬하게 살아내고 싶다는 기분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세월은 늘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세월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아니 에르노는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짙은 농도로, 또 솔직하게 들려주는 것으로 그 답을 대신하는 것 같다. 우리 모두의 삶과 우리 각자의 삶이 함께 뒤엉키며 흘러가는 것이 세월이라는 듯이.


다만 내가 프랑스인이 아닌 것이, 1940년대생이 아닌 것이 아쉬웠다. 대신 작가와 같은 여성으로서 우리의 기쁨과 슬픔을 공감할 수 있어 행복했고 함께 아팠다. 비슷하게 지나온 인생의 시점들을 마주할 땐 많은 위로를 받았다. 40대가 되어, 50대가 되어 <세월> 을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살아 있다는 것 만으로 이미 책 한 권이 저절로 써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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