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 인터뷰를 당하다

좋은 인터뷰이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by 혜인



글로 읽는 인터뷰를 좋아한다. 인터뷰이의 얼굴이나 제스처 같은 비언어적 요소를 배제하고, 누군가 손으로 타이핑했을, 텍스트로 담긴 생각을 한 자 한 자 읽는 것이 좋다. 대면 인터뷰를 활자화한 것이든 서면 인터뷰이든 좋다.


인터뷰가 좋은 건 일상적인 대화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오가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인터뷰하듯 속칭 TMI를 깊게 나누기를 좋아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쓸데없이 진지할지 몰라도, 가벼운 이야기보다 나는 그런 내밀한 대화를 선호한다. 무척이나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인터뷰하듯, 인터뷰에 응하듯 주고받는 대화에선 솔직하게 열려있는 편이다.


그런 내가 어제 인터뷰를 당했다. 그것도 우리 집에서. 주거 공간을 다루는 매거진의 에디터와 포토그래퍼가 인터뷰어로 찾아왔다. 내가 먹고 자고 사는 우리 집인데, 직업인 두 명에 의해 기사로 쓰여지는 대상이 되는 경험은 묘했다. 나의 음성이 녹취되고, 나의 행동이나 시선이 뷰파인더에 담기는 상황 역시 생경했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려 노력했는데 어색했다. 미리 받았던 질문이라 생각 정리를 했는데도 혀가 꼬이는 것 같았고 두서가 없었다. 음, 전반적으로 인터뷰이로서의 나는 조금 별로였던 것 같다. 역시나 나는 말보단 글이 편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서면 인터뷰에서 조금 극복해보리란 다짐도 괜히 해보았다.


형편없었다 자평하는 경험이지만, 그래도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좋은 인터뷰이가 되고 싶다. 처음 만난 사이일지라도 편안하고 지나치지 않은 배려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나를 인터뷰하는 사람이 내게서 새로운 자극과 설렘을 느꼈으면 좋겠다. 이 사람을 인터뷰해서 참 좋았다고 생각했으면 한다. 인터뷰하는 한두 시간의 시간이 그들에게 ‘일’ 아닌 ‘경험’ 이 되게끔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쓰다 보니 그냥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다. 멋진 사람은 인터뷰든 어떤 상황에서도 멋질 테니까. 그래도 그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기대되고 설레기도 하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