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미칠 듯 가슴이 뛰고 설레는 감정을 행복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예컨대 무언가 눈에 보이는 성취를 막 이뤄냈거나, 연애를 막 시작했을 때, 새로움으로 가득한 해외여행, 혹은 비싼 물건을 샀을 때와 같이 강한 자극들을 곧 행복과 동일시하곤 했다. 그러다 생각이 바뀐 게 작년, 참 이래저래 평온한 여름날이었다. 엄마가 안부전화를 걸어와서 “요즘 어때?” 하고 물은 적이 있다. “그냥 좀 심심한데 마음이 편해!” 하고 대답했더니, 행복이 뭐 대단한 게 아니라, 별 일 없이 마음 편안한 상태 아니겠냐는 말이 돌아왔다. 그때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요즘의 나에게 행복이란 밋밋할 정도로 평화로운 상태다. 심장이 뛸 정도로 흥분되는 일은 없지만 마음이 무너질 정도로 슬픈 일은 또 없는, 그런 예측 가능한 고요한 일상. 요 몇 달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일 똑같은 하루를 살고 있다. 하루에 강아지와 두 번의 산책, 세 끼의 식사, 그리고 일과 요가로 이루어진 간단한 일상이다. 좀 지겹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나중에 이 매일매일이 그리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마음만큼은 무척 평안하다. 행복이라는 단어에 인색해 조심스럽지만, 아마 지금이 제게는 행복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