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 어떤 주말

by 혜인


토리랑 한바탕 산책하고 와서 토리 끌어안고 낮잠을 자다가, 갑자기 맑아진 날씨에 신나서 오빠랑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시 나갔다. 집 앞동산에서 마신 공기가 진짜 오랜만에 시원했다. 그냥 그 숨을 쉬는 순간, 오늘 하루는 좋은 날로 기억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언젠가 동네를 떠나게 되면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두 발을 붙이고 서 있는 이 곳을 좋아하고, 또 그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이 경험이 평생 우리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며 우리를 만들 것이란 생각을 했다.


맑은 날 노을이 지기 전, 서쪽으로 다 기울어가는 빛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두 눈으로 본 그 빛이 필름에 잘 담겼을까 궁금하다. 저번처럼 핀도 제대로 못 맞추면 어쩌지. 기대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기다리는 동안의 설렘을 주었으니, 다 괜찮을 것 같다.


2021년 2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