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 그렇게 소시민이 되어간다.

by 혜인


나는 좀 특별하게 살 줄 알았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직장인이나 주부가 아니라, 뭔가 남다른 삶이 펼쳐질 거라 믿었다.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에 가거나 대단한 기술을 발명한 사람은 아니어도, 돈 한 푼 없이 배낭을 메고 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 가서, 맨 땅에서 무언가 일구어낸 정도의 스토리는 만들어낼 거라 기대했다.


이제는 잘 안다. 특별한 삶에는 무모함이 필요하고, 그런 무모함을 발휘할 만큼의 용기가 내게 부족하다는 것을. 아니, 애초에 그런 성격이 못 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남들 하는 건 다 하고 살아야 직성이 풀리며, 지금 가진 것을 쉽게 놓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이젠 인정한다. 그리하여 내가 고만고만한 직장인이 되었다는 것도.


그와 동시에 평범하게 잘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큰 굴곡 없이 적당히 살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대단한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픈데 없고, 가족 관계가 원만하고, 일할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한 삶이 아닐까. 특별한 삶, 잡지나 TV에 나오는 유명인이 되는 것보다는, 보다 본질에 가까운 단순한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 정말 많이 변했다.


가끔은 이런 변화에 대해, 가질 수 없는 삶에 대한 동경을 포기하고 손쉬운 자기 합리화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주 완벽히 소시민이 되어버린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나를 더 알게 되고, 또 나이가 들어가며 자연스레 변하는 이러한 생각의 흐름을 부정하고 싶진 않다. 그럼 뭐 어때. 앞으로도 나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많이 웃고 사랑하며”를 지침으로 살 테다. ‘이번 생은 글렀으니 소확행에 자족하는 소시민’이라 놀려도 좋다. 그 역시 빛나는 하나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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