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 나는 왜 해외여행에 집착했을까

여행이 멈춘 시대, 여행에 대해 되돌아보기

by 혜인


한 때 해외여행에 정말 빠져있던 나를 기억한다. 여름휴가는 열흘 정도 유럽으로, 명절과 공휴일을 이용해 틈틈이 가까운 도시로 떠났다. 2-3년 동안 방콕만 6번을 갔다. 출장을 자주 다니던 때에는 싱가포르와 중국에도 여러 번 갔고, 출장 중 꼭 하루 이틀은 여행을 했다.


나는 여행이 왜 좋았을까. 무엇이 그리 좋아서 시간만 생기면 모두 여행에 쏟았을까. 여행 중에는 살아있는 것 같았다. 감각을 최대한 집중해 깨어있는 모든 시간을 살았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맛보고 많이 느끼려 했다. 길가의 쓰레기도, 평범한 한 끼의 식사도, 점원과의 사소한 대화마저 특별해지는 경험이 내게 살아있는 느낌을 주었다.


여행이 시들해진 건 코로나가 시작되기 1년 전부터였다. 나의 여행이 어딘가 맹목적으로 느껴졌다. TV와 인스타그램에서 모두가 여행 중이었고, 나를 부추기는 것 같았다. 다가올 여행 티켓이 2-3장이 있음에도, 다른 사람이 여행 중인 모습을 보면 뭔가 불안했다. 저기도 가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 좋은 것과는 별개로 내가 모방소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월급에서 생활비를 제외한 돈을 거의 여행에 지출했다. 진짜 여행을 위한 여비 말고도, 면세점에서 들뜬 마음을 채우는 데에 많은 돈을 썼다.


정말 나의 여행에는 목적이 없었다. “가면 좋으니까, 가면 살아있는 느낌을 받곤 하니까”라는 이유가 언제부턴가 조금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녀온 후의 여독은 나를 힘들게 했다. 목적 없는 여행에 돈을 써버리고 내게 남은 게 무엇인가 생각했을 때 공허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앞으로는 여행에 대해 기준을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부부에게 예산과 에너지를 고려하여, 적정한 해외여행의 횟수는 2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말은 하와이나 유럽에서 쉬면 좋겠고, 여름휴가로는 가까운 도시에 다녀오자고. 무엇보다 앞으로의 여행엔 작은 테마를 붙여주려 한다. 가령 베를린에 가서 채식을 집중적으로 경험하고 오거나, 요가 리트릿을 목적으로 다시 우붓에 가거나. 휴양을 하고 싶다면 정말 좋은 휴식이 무엇일까, 쉼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일상을 더 공들여 살고자 한다. 온전히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여행지에서가 아니라 매일의 삶에서도 느낄 수 있다면 세상이 여행을 부추겨도 여행에 집착하지 않고 온전히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살 수 있다면, 여행이 없어진 지금도 불행하다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여행을 일상처럼 대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여행은 더 충만해지리라 확신한다. 여행을 가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투정은 잠시 접어두고, 이렇게 언제일지 모르는 다음 여행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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