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봄이 오는 소리

by 혜인



봄이 오는 소리



집에서 5분 거리에 작지만 알찬 생태공원이 있다. 습지와 산책로로 이루어진 이곳을 거닐 때면 언젠가 동네를 떠나게 될 날이 벌써 아쉬워질 정도로 나와 남편이 사랑하는 곳이다. 날씨가 따뜻해져 호수의 물이 녹으니 물새들이 다시 찾아왔다. 오리들이야 늘 이웃처럼 함께인데 원앙은 처음이다. 천연기념물이라는데 괜히 반갑다. 가족은 어디에 두고 오리들이랑 있는지 궁금하다. 조류를 썩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새는 새들을 보는 일이 즐겁다. 얼마 전 산책로에서 딱따구리를 만나기도 했다. 이름 모를 빨간 털을 가진 작고 통통한 새도 궁금하다.

날이 좋아 점심 산책 시간을 늘렸다. 한결 여유로워진 산책에 토리도 나도 만족스럽다. 토리도 봄의 냄새가 신기한지 흙이나 새싹에 고개를 박고 킁킁 거리는 일이 늘었다. 앞으로 치고 나가는 데에 바빴던 녀석이 한참 풀내음을 맡고 주위를 가만히 서서 둘러보기도 한다. 삼일 연속 생태공원을 따라 같은 코스로 동네를 돌았는데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는 봄의 기운이 눈으로 보여서 경이롭다. 산수유와 매화꽃이 피어나고 목련 나무도 뭔가 보송보송해졌다. 겨우내 시들시들하던 집 안의 식물들도 봄이라는 걸 어떻게 아는지 생기가 돈다.

가벼워진 옷차림에 그동안 참아왔던 쇼핑이 슬슬 다시 하고 싶고, 감염병으로 안전한 집에만 있고 싶었는데 산이며 바다며 자연을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여섯 시가 넘어도 밝은 하늘을 마주하면 하루가 더 길어진 느낌에 괜스레 뭐라도 더 하고 싶다.

“그러고 보면 사계절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

남편이 한 말이다.

일 년 내내 여름이면 좋겠다고, 사계절이 있어 참 피곤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계절의 변화는 내 마음을 이렇게나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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