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펫보험가입 고작 2600건,반려동물 600만 가구인데 왜 지지부진
반려동물 보유 가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지난해 593만 가구에 달했다. 그러나 국내 펫보험(반려동물보험) 시장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주요 손해보험사의 펫보험 판매실적은 고작 2638건에 불과했다. 해외 일부 국가의 가입률이 절반 수준에 이르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펫보험은 반려동물의 수술·치료·입원비는 물론 장례비용까지 보장하는 보험이다. 특약을 통해 배상책임까지 보장한다. 전문가들은 의료계의 반대가 큰 표준 진료수가제 도입이 어렵다면 주요 진료비를 동물병원 내 고시‧게시하는 진료수가 공시제를 도입해야 그나마 펫보험이 활성화의 길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보험사들이 해외사례를 참조해 동물병원 및 펫샵과의 협업, 판매채널 차별화 등의 전략을 세워 시장 확대를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4일 손해보험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가구의 28.1%인 593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중은 지난 2012년 17.9%에서 2015년 21.8%, 지난해 28.1%로 급속히 상승했다.
그러나 동물병원 진료비 부담에 따른 유기동물 증가, 개물림 사고 발생 증가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펫보험 출시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 2007년말 국내에 첫 선을 보인 펫보험은 반려동물의 수술·치료·입원비(상품에 따라 50% 또는 70% 보장)를 보장한다. 특약에 가입하면 보장 항목에 배상책임도 추가된다. 일부 상품은 장례비용도 보장한다.
펫보험 시장이 부진한 건 우선 동물병원의 표준 진료수가(진료비)가 없어 보험료 산출이 어려운 탓이다. 손해보험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견·반려묘의 예방접종과 검사비, 중성화 수술비, 치석 제거비 등은 병원에 따라 최대 9배까지 차이가 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물병원마다 진료비 편차가 크고 사전에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방법도 없어 불투명한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사는 진료비를 토대로 보험료율을 산정해 보험료를 정하는데 첫 단계조차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동물병원들이 진료비를 담합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의사법을 개정해 표준 진료수가제를 실시해야 펫보험이 본격적으로 활성화 될 수 있다"며 "그러나 수의사계 반대 등으로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등록제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펫보험은 지난 2008년 정부의 반려동물 등록제 도입으로 확대되는 듯했으나 실제 등록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펫보험에서 등을 돌렸다.
등록제가 실효성을 잃자 똑같은 종류의 애완견 여러 마리를 키우는 주인이 의사나 보험사가 육안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점을 이용해 한 마리만 보험에 들고 나머지 동물들은 하나의 보험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주인들이 펫보험 동물 가입 제한 연령(6~7세)에 맞추기 위해 반려동물 나이를 실제보다 낮춰 가입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반려동물 등록제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7mm크기의 내장형 전자칩 삽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존 인식표 등에 비해 동물보호 및 유기·유실견 방지에 가장 효과적인 내장형 전자칩으로 의무 등록제 방식을 일원화하고 단속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표준 진료수가제 도입이 어렵다면 동물병원의 주요 진료행위 비용을 동물병원내 고시‧게시하는 진료수가 공시제라도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물병원들이 대략 어떤 질병엔 얼마를 받는지를 공시해 보험사들이 펫보험을 설계할 수 있게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