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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ish Nov 19. 2018

반려동물의 죽음에도 경조 휴가가 필요할까?

세상을 떠난 대상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라면


대부분의 회사가 직원의 가족 혹은 가까운 친구 등 사랑하는 사람에게
경조사가 발생하면 경조 휴가를 지급한다.
하지만 만약 세상을 떠난 대상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라면 어떨까?

케이티 앳킨스의 5살 된 웰시코기 반려견 '골리앗'은 생김새와는 정반대인 이름을 지녔다.앳킨스는 "처음에 데려왔을 때 키가 작아서 농담처럼 '골리앗'이라고 지었다. 하지만 골리앗의 내면은 정말 골리앗만큼 컸다. 정말 똑똑하고 항상 활력이 넘쳤다"고 말했다.하지만 골리앗은 예상치 못하게 죽었고, 앳킨스는 "가장 친한 친구를 잃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앳킨스와 남자친구 데렉이 골리앗의 죽음을 애도할 수 있도록 앳킨스의 회사가 지급한 경조 휴가는 앳킨스에게 큰 위로가 됐다. 앳킨스는 "골리앗은 내가 정말로 '내 강아지'라고 부른 첫 반려견이었다. 그는 나와 많은 것을 함께 했다. 내가 처음 집을 샀을 때도 골리앗은 내 곁에 있었다"라고 말했다.


앳킨스의 회사가 골리앗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이틀의 휴가를 주었을 때, 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마웠다고 한다. 앳킨스는 그의 상사가 "공감을 참 잘 해줬다"며 "업무와 관련된 일은 전혀 걱정하지 말고 필요한 만큼 시간을 가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상사는 이처럼 관대하지 않다. 앳킨스의 상사와 같이 반려동물의 죽음을 위해 경조 휴가를 제공하는 상사는 놀라운 경우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더 많은 직장인이 회사에 반려견과 함께 출근하는 요즘, 한 가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경조 휴가를 받아야 마땅할까?


함께 출근하는 반려동물

독일 최대의 시장조사기관인 GFK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개, 고양이, 물고기, 새 등 적어도 한 가지 종류의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의 전문가 댄 라이언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는 5~10년 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라이언은 애완용 화학 요법, 애완용 항우울제, 애완견 관절 수술과 같은 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애완동물 관리는 큰 시장이다. 지난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애완동물 관리 산업은 세계적으로 1,100억 달러(한화 약 123조 원)에 도달했다.


많은 회사, 특히 기술 산업과 관련된 회사들에서 개,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을 환영한다. 반려동물의 인기는 직장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반려견과 함께 출근'이라는 문화를 내세우는 회사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같은 실리콘 밸리의 회사들은 반려견들로 가득하다.


미국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의 한 마케팅 회사는 심지어 직원들에게 새로운 애완동물을 키우기 시작할 때 애완동물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휴가를 준다. 그렇다면 과연 회사 경영진들은 직원들에게 반려동물과 작별을 고하기 위한 휴가를 허용할 수 있을까?


앳킨스는 미국 테네시의 미국 최대의 애완동물 사료 회사인 '마스 펫케어'의 디지털 브랜드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애완동물 용품 회사가 반려동물이 죽은 후 직원에게 휴가를 주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마즈 펫케어의 직원들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시간 및 휴가를 따로 할당받지 못하고, 이는 각각의 사정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뿐이다. 과연 이에 관한 회사의 정책이 바뀔 수 있을까?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경조 휴가를 받을 수 있을까?

뉴욕대학교 경영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담당 이사 수잔 스텔릭은 "인사팀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간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스텔릭은 관리자들이 동정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그들의 삶에 어떻게 사랑을 두는지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상사가 동정심을 보이지 않으면 직원은 돌아서게 될 것이고, '이 직장은 적대적인 업무 환경'이라고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맨체스터 대학 조직 심리학 교수 캐리 쿠퍼는 직원의 이러한 요구를 거절하면 비생산적인 업무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쿠퍼 교수는 반려동물과 사별한 직원들에게 죽음을 애도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는다면, "이들의 몸은 회사에 있어도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은 없다고 말했다.


수의사의 증명서?

라이언은 반려동물 경조 휴가는 자칫하면 남용되기 쉽다고 말한다. 라이언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위해 경조 휴가를 내겠다는 직원이 정말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고 말했다. 이어 "수의사로부터 반려동물이 죽었다는 증명서를 받을 것인가? 이는 증명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라이언은 반려동물 주인을 상사의 관대함을 이용하는 기회주의자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사람들은 항상 직장 내의 규칙이나 정책을 이용할 기회를 모색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쿠퍼 교수는 반려동물 경조 휴가를 남용하는 직원들은 실제로 상당히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용 안정성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직장은 평생 남는 것이 아니다"라며 만약 이를 남용한다면 수상한 행동이 인사팀에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퍼 교수는 직원에게 혜택이 주어질 때는 "직원과 상사 사이에 심리적 혹은 정신적 계약이 있다"며 "그 계약은 회사에 기여해야 한다는 계약이고, 직원은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가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경조 휴가를 주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지만, 더 많은 사람이 반려 동물을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쓰면서 이는 바뀔 수도 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가족의 죽음만큼 슬플까?

영국 브리스톨 대학 동물학 연구소의 존 브래드쇼는 '반려동물'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브래드쇼는 "회사가 직원이 반려동물을 잃은 것에 대해 얼마 동안 휴가를 줘야 할지 판단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그 직원의 슬픔이 진짜가 아니기 때문이 아니라 '반려동물'에 대해 냉정하게 정의를 내리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물고기와 파충류를 반려동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 수의학협회는 개와 고양이, 새, 말만을 '반려동물'로 정의하고 있다. 브래드쇼는 "누가 휴가를 받을 자격이 있고, 누가 자격이 없는지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애완 동물에게 느끼는 슬픔과 가족 혹은 가까운 사람에게 느끼는 슬픔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애완동물은 몇 달 안에 새로운 애완동물을 얻을 수 있지만, 가까운 가족은 애완동물처럼 금방 새로 얻을 수 있는 존재도 아닐뿐더러, 그 슬픔이 몇 년 동안 지속하기 때문이다. 브래드쇼는 "주인이 반려동물을 '가족 중 하나'라고 말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는 그저 반려동물을 편하게 묘사하는 방법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가정의 68%가 반려동물을 소유하는 만큼, 직원들의 필요와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회사의 반려동물 경조 휴가에 대한 주제는 사라지지 않을듯 하다. 스텔릭은 "이러한 수를 무시할 수 없다"며 "인구 대다수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면, 기업과 회사는 이를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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