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행위인가? 예술행위인가?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일본에서 의사 면허가 없는 타투이스트가 타투(Tattoo, 문신)를 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고등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전 세계서 우리나라와 일본 두 국가만 타투를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있었지만 이제 타투가 불법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무이해진 것이다.
14일 일본 현지 언론들은 오사카 고등법원이 의사 면허가 없는데 문신 시술을 했다가 의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30대 타투이스트 마스다 다이키의 항소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1심에서는 벌금 15만 엔(약 15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고등법원이 타투는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오사카 고등법원은 “의료행위란 의사 자격증을 가진 이가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해 의료나 보건지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타투는 역사적인 의미와 예술성을 가진다”며 “의료행위로서의 목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됐던 헌법 상 ‘직업선택의 자유’에도 위반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다만, “타투 시술 시 발생할 수 있는 위생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투업계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이번 판결로 타투를 의료행위로 규정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해당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의료법에 따라 ‘의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이 합법적으로 타투를 할 수 있다. 만약 무면허 타투이스트들이 시술할 경우 보건범죄단속법에 따라 2년 이상의 징역형 혹은 1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타투이스트들은 지난 1988년부터 타투 시술 자격의 부당함을 호소해왔다. 이미 대중화가 된 타투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1992년 타투 합법화를 요구하는 헌법소원에서 의료계 손을 들어준 이후 줄곧 같은 판단을 해왔다. 의료계의 입장은 이렇다. 타투 시술이 병원처럼 위생을 보장할 수 없는 곳에서 이뤄진다면 감염 위험이 있고, 외부 물질을 주입하는 행위인 만큼 알러지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의사 자격증을 가진 합법적 타투이스트는 10명 미만이란 점이다. 연간 300만 회 이상의 타투 시술이 진행되고, 타투 시술을 받은 이들은 지금까지 100만 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10명이 모든 시술을 감당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가 불법 타투 시술에 대한 단속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타투를 합법화하고, 법의 울타리 안에서 타투 시술이 이뤄지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설문조사업체 두잇서베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타투 합법화에 찬성하는 사람은 65%에 달하고, 반대는 16%에 불과했다.
실제로 영국은 의사 자격증이 없는 타투이스트의 타투 시술을 허용하되 타투 기술과 위생, 안전에 대한 교육을 마친 뒤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감염이나 여타 부작용을 관리·감독한다. 미국도 B형 간염 예방접종, 혈액매개감염 교육 이수 등을 거친 후 시술 면허를 발급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