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 Mrs. Seo
서린은 고소한 냄새에 잠이 깬다.
삐그덕 소리가 나는 층계를 내려가니,
식탁 위에, 커피 두 잔과 갓 구운 빵이 놓여 있다.
“잘 잤어?”
한결이 부엌에 있는 창가에 서서 서린을 돌아보며 말한다.
낮고 조용한 그의 목소리가,
어깨너머로 비취는 오전 햇살만큼 따뜻하게 들린다.
서린은 그에게 다가가 뒤에서 허리를 감싸 안는다.
집안은 천장이 낮고, 거실 바닥은
걸을 때마다 나무 결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낡은 시골집이지만,
의자에 앉아 바라보는 창문 너머의 세상은,
나무와 들꽃 그리고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로 가득하다.
이름도 생소한 유럽의 어느 작은 시골 마을,
이곳에서는
황녀를 이용하는 이들도
근위대장이 해야 하는 일들도 없다.
동네 사람들은 그들을
Mr. Seo.
Mrs. Seo
라고 그들을 부르며,
특별히 반가워하지도
그렇다고 경계하지도 않으면서,
휴가를 내 잠시 머무는 관광객 부부 정도로 알고 지내고 있는 중이다.
1년 전, 문헌의 집에서 알마르로 떠나기 전날 밤,
한결은 순두부찌개 집에 전화를 걸었다.
“매콤한 순두부찌개, 이 인분이요.”
그 가게는 오래전부터
황실과 근위대장만이 아는 비밀 접선 장소였었다.
메뉴는 암호였고, 주문은 작전이었다.
전화를 받은 주인은 길영에게,
주문하신 음식이 준비되었다고 전한다.
길영은 그동안 문헌 일당이 황제를 모함하고 폐위시킨 증거를
조용히 모으고 있었다.
장군이라는 직위도,
모두 증거를 찾기 위한 위장이었다.
황녀가 돌아왔을 때,
그는
그때처럼
황제를 잃지 않게 다는 다짐으로
근위대장 자리도 맡은 것이었다.
길영은 한결이 근위대 책임자를 맡게 돼서 든든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을 아들이 위험에 처하게 될까 봐 말하지는 않았었다.
일이 잘못되면, 그가 모두 떠안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들과 서린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이 모든 것이 운명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길영은
순두부 가게도,
증거를 모으고 있는 것도
모두 한결에게 말했다.
한결이 작전 문자를 남기고 떠난 다음날,
길영의 집으로 견호의 군인들이 쳐들어와 집을 수색했다.
하지만 모든 증거는 이미 옮긴 상태였었고,
길영은 군부대에 있는 감옥으로 이송되었다.
한결은 그동안 여러 일들을 함께 한
가장 믿을 만한 이현 상사를 본국에 남겨 두고 떠났었다.
구출 작전 이후 터진 폭발은
실제보다 훨씬 크게 연출된 것이었다.
위장된 파편,
조작된 잔해,
그리고 사라진 두 사람.
폭발은 성공을 의미했다.
폭발 며칠 후,
이현은 한결에게서 문자를 받는다.
"찌개가 참 맛있었다."
누가 봐도 식사에 관한 문자이지만,
한결과 서린이 무사히 알마르를 빠져나가,
어느 곳에 안전히 있다는 문자였다.
현 상사는 군부대 감옥으로 길영을 찾아가, 소식을 전했다.
길영도 알고 있는 작전이었지만,
혹시 폭파가 잘못돼 둘 다 다칠까 염려하고 있었다.
길영은 현 상사에게,
그는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조심하라는 말을
한결에게 전해 달라면서,
태연하고 차분한 모습이었다.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한결은 감옥에 있는 길영과,
집에 홀로 있는 어머니가 걱정되었다.
그때,
한결의 형이 마침 귀국을 했고,
걱정했던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가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1년이 이라는 시간동안,
한결과 서린은
낮에는 그저 이곳에 잠시 쉬러 온 부부처럼,
동네를 거닐거나,
이웃집의 소소한 일들을 돕는 등
여유롭고 한가로운 일상들을 보내고,
밤에는 현 상사가 보내온 자료들을 모으고 정리했다.
그날 밤,
서린과 한결은 그동안 모은 증거들을 꺼내 정리한다.
“이제 거의 다 됐어.”
한결이 말하자, 서린은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지?"
라고 묻지만,
한결은 아무 대답 없이 증거가 담긴 봉투만 만지작 거린다.
가능하다면,
돌아가고 싶지 않다.
이곳에서,
둘이 이렇게 살아도
행복할 것 같다.
하지만, 행복만을 누리기에는
그들에게는
밝혀야 할 진실도,
지켜야 할 가족도 있다.
도망쳤고, 숨어 지냈던 시간이었지만,
달콤했던
시간들이 끝나가고 있다.
숨기기 위해 떠났던 밤이 끝난다.
증거는 모두 모였고,
진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이제 곧
대양민국을 향한 귀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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