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아웃

집밥. 엄마밥 소울 푸드

by Hye Jang


나는 레스토랑과의 재계약 대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랜만에 방문하는 한국이다.


비행기 안에서 내 마음은 복잡했다.


여전히 붙잡고 있는 지나,
한국에서 혹시 우연히라도 만나지 않을까 하는 어리석은 기대.

그리고 갑자기 마음속으로 들어온 서우.


그리움과 새로움,
미련과 기대,
두 마음 사이에 스며든

죄책감과 미안함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단순했다.

앞으로 어디에서 일할지,
한국에는 얼마나 머물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지 같은 계획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약간의 스트레스는 있었지만,
‘뭐, 되겠지’ 하고 외면해 버리고 있었다.


나는 내가 이미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상태라는 걸 알고 있다.


한국에 도착한 후 며칠 동안은 거의 잠만 잤다.


그렇게 잠을 자는 동안
몸에 남아 있던 독소들이 빠져나간 것인지
몸과 마음이 솜털처럼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너무 허기가 져서
하루에 다섯 끼도 넘게 먹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아들을 위해
밥을 차려주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좋아 보였다.


방금 숟가락을 내려놓았는데,
“뭐 또 해줄까?” 하고 물으신다.


엄마의 모든 밥은
소울 푸드처럼 내 영혼을 채워주는 것 같았다.


먹고 자던 날들이 지나고
그제야 핸드폰 로밍도 하고,

노트북을 열어 이메일도 확인한다.


읽지 않은 메일함 속에
박서우의 메일이 여러 통 와 있다.


나는
그녀의 메일부터 열어본다.


재계약은 어떻게 되셨어요?
한국에 올 준비는 하셨어요?
언제 귀국하세요?
이 메일 보시면 연락 좀 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그날 밤,
나는 방송에 출연하겠다고 말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피자를 먹으니 배가 불렀고,
맥주 한 잔을 마시니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고,
오랜만에 편안함이라는 감정 느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혼자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고,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땅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강한 마음을 느꼈다.


방송 출연은
어쩌면 돌아가기 위한 하나의 구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는
박서우라는 사람을 조금 더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한 달 가까이 연락이 없었던 시간 동안
그녀가 나를 얼마나 걱정했을까 하는 마음이

지나를 걱정했던 미음으로 강하게 이입되었다.


나는 그녀에게 메일을 쓴다.


안녕하세요, 박서우 PD님.
연락이 늦어 미안합니다.

레스토랑을 정리하고 한국에 오니
그동안의 피로가 몰려왔는지 며칠 푹 쉬었습니다.


메일을 쓰다 보니
내가 너무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지만

이 정도의 설명은 필요하겠다는 마음이 든다.


방송 촬영은 언제부터인가요?
일정 주시면 맞추겠습니다.


나는 급하게 일 이야기로 메일을 마무리하고
보내기 버튼을 누른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나의 마음은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었고,
새로운 마음으로 나아가기에는 미안함이 있었고,
또 다른 마음을 열기에는 아직 망설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잠시 후,
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답장을 보냈다.


셰프님, 반갑습니다.
사실 너무 반갑습니다.

연락이 안돼 걱정했지만,

그동안 잘 쉬고 계신 거였다니 다행입니다.

일정은 이미 나왔고요.
내일 시간 되세요?
마침 1시에 일정 회의가 있는데
방송국으로 오실 수 있을까요?


나는 짧게 답장을 보낸다.


네, 시간 맞춰 가겠습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노트북을 덮고
나는 잠시 가만히 앉아 있는다.


복잡한 마음도,
아무 생각 없는 머릿속도
잠시 그대로 둔다.


그럴 수 있어.
다 괜찮아.

어디선가 읽었던 책의 문장이
조용히 떠오른다.




서우와의 만남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까요?

송원의 마음은 어디로 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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